인텔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지연에 D램 전환 차질
악재 겹쳐 성장 둔화 우려…장기적 영향은 “지켜봐야”
인텔의 DDR5 메모리 지원 프로세서 출시가 지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메모리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게임체인저’ DDR5의 등장이 늦어짐에 따라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 개발을 마치고 늘어날 수요에 맞춰 공급 계획을 세우고 있다. DDR5는 현재 널리 쓰이는 DDR4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 가량 빠르고, 전력 효율 30% 가량 개선됐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DDR4 대비 20~30% 가격이 높다.
문제는 DDR5를 지원하는 인텔의 서버용 프로세서 사파이어래피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파이어래피즈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인텔은 지난해 3분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차일피일 밀리면서 1년 가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DDR5의 개발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지연으로 공급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업체들이 서버용 CPU를 교체하면 D램을 포함한 모듈도 함께 바꿀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텔이 서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DDR5 지원 프로세서 출시 지연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인텔은 지난해 AMD의 약진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글로벌 서버 시장에서 9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프로세서를 출시하는 것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과 직결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DDR5의 수요가 대체되거나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인텔의 프로세서 출시 지연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맞물려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 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900만달러(약 117억원) 줄어든 103억4300만달러(약 13조4769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D램 매출 115억3000만달러(약 15조236억원)를 달성한 이후 2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D램 매출도 직전 분기보다 8억7100만달러(약 1조1366억원) 줄어든 65억5900만달러(약 8조5594억원)로 집계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도 사파이어래피즈의 출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에 하반기 내로는 DDR5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빅테크 업체들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D램 가격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DDR5의 경우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수요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