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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없이 가는 꿈의 '자율주행' 보트…현대重 '아비커스'의 300조 도전


입력 2022.07.13 12:53 수정 2022.07.13 13:12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손가락 하나로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항

“테슬라보다 낫다”…현대重 데이터로 정교 기술 구현

아비커스, 하반기 자율대형선박·내년 자율레저보트 상용화

'아비커스 2호' 조종석 모습. ⓒ 데일리안

“선장 없이 선박이 어떻게 움직여요?”


육지에서 자율주행기술 개발이 한창인 요즘. 바다 위에도 4차 혁명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선박을 전두지휘 하던 ‘선장’은 이제 몇 년 후면 못 보게 될 지도 모른다.


12일 오후 인천 왕산마리나항. 이날 항해를 한 자율주행선박 ‘아비커스 2호’는 선장이 필요 없다. 테블릿PC에 깔린 전자해도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 알아서 운항한다.


자율운항 코스는 총 2.5km 구간이다. 시작과 종료는 손가락 하나면 된다. 자율운항은 시연은 이준식 아비커스 자율운항팀장이 맡았다. 테블릿PC로 시작 버튼을 누르자, 이 팀장이 미리 설정해놓은 항로계획에 따라 선박이 운항하기 시작했다. 이 팀장은 자동차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박 내 서라운드 카메라 화면. ⓒ데일리안

‘아비커스 2호’에는 자율운항 기술 총 4단계 중 2단계가 적용됐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의 등급은 ▲1단계 선원 의사결정 지원 ▲2단계 선원 승선 원격제어 ▲3단계 선원 미승선 원격제어 및 기관 자동화 ▲4단계 완전 무인 자율운항으로 이뤄졌다.


선박에 들어서면 양쪽에 달린 두 대의 모니터가 눈에 띈다. 선박에 달린 서라운드 카메라 화면을 이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총 6개의 광학 및 열화상 카메라가 달려 시간 및 해무(海霧)에 관계없이 전방 180도 내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준식 아비커스 자율운항팀장이 테블릿PC를 통해 전자해도를 보여주고 있다. ⓒ데일리안


‘아비커스 2호’의 주도권은 자율주행시스템 ‘나스(NAS)’에 있다. 현재 자동차 자율주행기술은 특정상황에서만 일시적인 개입을 하기 때문에, 더 자율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항로 계획 ▲자율항해 ▲충돌회피 ▲자동 이접안 기능을 지원하는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이다. 교통 흐름을 전반적으로 인식하는 능력도 나스가 더 뛰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이 팀장은 “완만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와 달리 보트는 날씨나 파도 등 외부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아 더 많은 변수가 있기에 데이터 축적과 제어기술이 중요하다”며 “아비커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을 통해 풍부한 해상 데이터를 갖춰 정교한 기술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선박 자율운항 모습. ⓒ데일리안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 이 역시 테블릿PC로 조절한다. ‘+’ 버튼을 두 번 누르니 속력이 5노트(kn)(약 10km/h)에서 7kn(약 13km/h)로 변경됐다.


장애물 대처능력도 훌륭하다. 멀리 있는 장애물을 미리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의 경우 자동차처럼 핸들을 돌린다고 바로 장애물을 피할 수 없기에, 사물을 미리 인지하고 항로를 변경하는 능력이 특히나 중요하다.


항해 중 전방에 보트가 나타나자 전자해도에 장애물이 표시되고, 우측으로 틀어 장애물을 피해갔다. 이후 전자해도를 통해 장애물을 회피 후 경로로 다시 복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는 인공지능(AI) 딥러닝 데이터 기반으로, 아비커스에는 15만장의 데이터가 깔려있다.


이 팀장은 “정면이나 직각 등 장애물 위치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피해야할지 권고를 한다”며 “자율주행선박끼리 만났을 때도 서로 학습된 충돌 회피 알고리즘을 통해 안전하게 회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비커스 2호’ 모습. ⓒ현대중공업

무엇보다 자율운항선박의 가장 큰 장점은 '오토 도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람이 많이 불게 될 경우 선박이 마음대로 밀려 도킹(주차)에 대한 어려움이 큰데, 아비커스는 이를 도울 수 있다.


정박지에 다다르자 이 팀장은 선박을 ‘수동모드’로 변경해 오토 도킹 기능을 이용해 운항을 마쳤다.


이 팀장은 “오토도킹이나 자율운항기술로 이제 온전한 수상 레저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며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두 달 전 소형선박 조종 면허를 취득한 아비커스 관계자는 본인 실력보다 자율운항기술이 더 낫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될수록 자동으로만 운항을 하다 보니 이제 수동으로 운항하는 게 어색하다”며 “제가 하는 것보다 자동으로 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말했다.


아비커스는 올해 하반기에는 ‘하이나스(HiNAS) 2.0’이 적용된 대형선박을, 내년엔 자율운항 레저보트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아직 해운업계에서는 자동차처럼 선박을 자율 무인으로 구현하는 곳이 없다"며 "그렇기에 현재까지 경쟁사라고 할 만한 곳도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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