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로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항
“테슬라보다 낫다”…현대重 데이터로 정교 기술 구현
아비커스, 하반기 자율대형선박·내년 자율레저보트 상용화
“선장 없이 선박이 어떻게 움직여요?”
육지에서 자율주행기술 개발이 한창인 요즘. 바다 위에도 4차 혁명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선박을 전두지휘 하던 ‘선장’은 이제 몇 년 후면 못 보게 될 지도 모른다.
12일 오후 인천 왕산마리나항. 이날 항해를 한 자율주행선박 ‘아비커스 2호’는 선장이 필요 없다. 테블릿PC에 깔린 전자해도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 알아서 운항한다.
자율운항 코스는 총 2.5km 구간이다. 시작과 종료는 손가락 하나면 된다. 자율운항은 시연은 이준식 아비커스 자율운항팀장이 맡았다. 테블릿PC로 시작 버튼을 누르자, 이 팀장이 미리 설정해놓은 항로계획에 따라 선박이 운항하기 시작했다. 이 팀장은 자동차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비커스 2호’에는 자율운항 기술 총 4단계 중 2단계가 적용됐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의 등급은 ▲1단계 선원 의사결정 지원 ▲2단계 선원 승선 원격제어 ▲3단계 선원 미승선 원격제어 및 기관 자동화 ▲4단계 완전 무인 자율운항으로 이뤄졌다.
선박에 들어서면 양쪽에 달린 두 대의 모니터가 눈에 띈다. 선박에 달린 서라운드 카메라 화면을 이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총 6개의 광학 및 열화상 카메라가 달려 시간 및 해무(海霧)에 관계없이 전방 180도 내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아비커스 2호’의 주도권은 자율주행시스템 ‘나스(NAS)’에 있다. 현재 자동차 자율주행기술은 특정상황에서만 일시적인 개입을 하기 때문에, 더 자율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항로 계획 ▲자율항해 ▲충돌회피 ▲자동 이접안 기능을 지원하는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이다. 교통 흐름을 전반적으로 인식하는 능력도 나스가 더 뛰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이 팀장은 “완만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와 달리 보트는 날씨나 파도 등 외부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아 더 많은 변수가 있기에 데이터 축적과 제어기술이 중요하다”며 “아비커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을 통해 풍부한 해상 데이터를 갖춰 정교한 기술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 이 역시 테블릿PC로 조절한다. ‘+’ 버튼을 두 번 누르니 속력이 5노트(kn)(약 10km/h)에서 7kn(약 13km/h)로 변경됐다.
장애물 대처능력도 훌륭하다. 멀리 있는 장애물을 미리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의 경우 자동차처럼 핸들을 돌린다고 바로 장애물을 피할 수 없기에, 사물을 미리 인지하고 항로를 변경하는 능력이 특히나 중요하다.
항해 중 전방에 보트가 나타나자 전자해도에 장애물이 표시되고, 우측으로 틀어 장애물을 피해갔다. 이후 전자해도를 통해 장애물을 회피 후 경로로 다시 복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는 인공지능(AI) 딥러닝 데이터 기반으로, 아비커스에는 15만장의 데이터가 깔려있다.
이 팀장은 “정면이나 직각 등 장애물 위치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피해야할지 권고를 한다”며 “자율주행선박끼리 만났을 때도 서로 학습된 충돌 회피 알고리즘을 통해 안전하게 회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자율운항선박의 가장 큰 장점은 '오토 도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람이 많이 불게 될 경우 선박이 마음대로 밀려 도킹(주차)에 대한 어려움이 큰데, 아비커스는 이를 도울 수 있다.
정박지에 다다르자 이 팀장은 선박을 ‘수동모드’로 변경해 오토 도킹 기능을 이용해 운항을 마쳤다.
이 팀장은 “오토도킹이나 자율운항기술로 이제 온전한 수상 레저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며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두 달 전 소형선박 조종 면허를 취득한 아비커스 관계자는 본인 실력보다 자율운항기술이 더 낫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될수록 자동으로만 운항을 하다 보니 이제 수동으로 운항하는 게 어색하다”며 “제가 하는 것보다 자동으로 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말했다.
아비커스는 올해 하반기에는 ‘하이나스(HiNAS) 2.0’이 적용된 대형선박을, 내년엔 자율운항 레저보트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아직 해운업계에서는 자동차처럼 선박을 자율 무인으로 구현하는 곳이 없다"며 "그렇기에 현재까지 경쟁사라고 할 만한 곳도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