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및 탄소 배출 문제 따라와
현장서 친환경 재생용품 쓰는 움직임 시작
대부분의 실제 세트들은 방송이나 촬영을 위해 제작된 후 대부분 폐기되거나 방치된다. 세트를 제작하는 시간도 오래 소요될 뿐만 아니라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재료로 인한 환경 오염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대안으로 꼽힐 수 있는 것이 버추얼 스튜디오다. 버추얼 스튜디오와 VFX 기술은 구현하고 싶은 장소를 불러내 언제든지 촬영할 수 있어 코로나19 이후 강세가 됐다. 기술을 이용하면 세트장을 짓지 않아도 되고 현실에선 위험하고 불가능한 촬영도 버추얼 프로덕션으로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VA Corporation)은 지난 6월 하남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을 선보였다. 올해 안에 서울 근교에 총 면적 약 2만 9천 평 규모의 버추얼 프로덕션 멀티 스튜디오를 구축해 차세대 실감형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CJ ENM은 경기도 파주에 약 1800억 원을 투자하여, 국내 최대 규모의 LED 월을 보유한 VFX 스튜디오를 포함, 총 13개동 국내 최대 규모인 1600평의 초대형 미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한다. VFX, 랜더링 등 기술을 사용할 때 배출되는 전기나 탄소 배출 처리 문제 등이다. 한 관계자는 "누군가 세트장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기술로 인한 탄소 이슈 작업을 등가교환해 비교했을 때 비슷한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하면 솔직히 무엇이 더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기서 기술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확언할 수 있는 지점은 촬영 전 시뮬레이션을 철저히 해 5번 촬영 들어갈 것을 1번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 정도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할리우드처럼 오픈 스튜디오를 늘리는 것도 고민해 볼 문제다. 이준익 감독이 케이 콘텐츠가 경쟁력을 높여가는 과정에 필요한 개선 환경에 대해 내놓은 방안이지만, 자연스럽게 환경 개선이 따라붙는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 티빙, 파라마운트+ 미디어데이 당시 "대한민국에는 소위 미국 같은 오픈스튜디오가 없다"며 "영화 등 영상을 찍을 때마다 세트를 지었다가 부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경험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오픈 스튜디오가 절실했다"라고 말했다.
세트장 뿐 아니라 촬영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애물단지다. 배우 공효진은 지난해 10월 '오늘부터 무해하게'라는 환경 예능을 시작할 때, 동료들을 향해 "커피차 등 현장에 응원차를 보내는 것을 중단한지 1년 정도 됐다. 일회용이 너무 많이 나온다. 마실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는데, 하루에 2~3번 와서 버려지는 걸 보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회용 컵 사용 업체를 조인해 보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효진의 환경을 생각하는 제안에 많은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급사 NEW 관계자는 "작품 하나를 시작하면 커피차를 보내기도 하고 굿즈를 만들어 나눠준다. 이때 불필요한 쓰레기들을 줄이기 위해 비건 제품으로 굿즈를 기획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 현장에서 재생용품, 재생용지, 친환경 마크를 받은 제품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라고 노력하고 있는 점들을 전했다.
환경 문제를 일일이 다 신경 쓰며 촬영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큰 바다가 되듯, 나비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