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산지 네트워크와 대량 매입 앞세워 최저가 전쟁 선포
온라인몰, 업계 최고 수준 보상제로 맞불…‘신선도’ 정면 대결
최근 식탁물가 고공행진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이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 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장보기 핵심 상품인 신선식품이다. 대형마트의 최저가 전쟁 선포에 온라인몰은 신선식품 110% 환불 카드로 맞대응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한 한 판 전쟁이 시작됐다.
이마트는 이달 초부터 계란, 양파 등 7가지 신선식품의 가격을 인하해 상시 최저가로 제공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신선식품 외에도 우유, 김치 등 가공식품과 화장지, 비누 등 일상용품 등 총 40개 상품이 대상이다.
업계 경쟁 상대인 홈플러스를 비롯해 롯데마트몰, 쿠팡 로켓배송 등 주요 온라인 유통채널에도 최저가 경쟁을 선포한 셈이다.
올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에서는 가뭄 및 작황 부진 등으로 식탁물가 가격이 치솟자 ‘물가 안정’이라는 대의를 내세웠지만 업계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지난 2년여 간 이어진 코로나19로 장보기 수요를 비대면 온라인에 빼앗긴 상황에서 더 이상은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달 2회 의무휴업과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금지 등 갖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생존 위협까지 느끼고 있는 만큼 상황 반전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선식품은 이커머스 등 온라인몰에 비해 대형마트가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다. 전국 주요 산지 네트워크가 탄탄한 데다 한 번에 대량구입이 가능해 산지에서도 선호하는 파트너다.
특히 전국 냉장 물류망이 구비돼 있는 점은 물류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온라인 유통에 비해 확실한 장점을 지닌다.
때문에 현재 대형마트발 최저가 전쟁은 고물가 상황을 계기로 신선식품의 강점을 최대로 활용, 온라인으로 이탈한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몰, 신선식품 직접 보고 구입한다는 편견 깬다…‘110% 환불제’로 맞불
온라인몰도 신선식품을 중심에 두고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은 고객이 구매한 신선식품이 신선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실제 구매 가격의 110%를 돌려주는 서비스를 지난 7일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신선도를 앞세워 100% 환불정책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상품 가격을 넘어서는 보상제도는 이번에 처음이다.
환불대상은 GS프레시몰이 자체 신선식품 브랜드로 운영하는 '신선특별시' 과일, 채소 전 상품이다. '신선특별시' 신선식품은 GS프레시몰이 엄선한 지정 농장에서 수확돼 품질 관리 전문가의 검품 절차를 통과한 상품이다.
GS프레시몰은 전체 신선식품 매출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신선특별시' 상품을 대상으로 110% 환불 서비스를 우선 도입하고 이후 전체 신선식품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GS프레시몰이 110% 환불이라는 초강수 전략을 추진한 것은 신선식품 품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10% 환불을 통해 신선식품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쇼핑 환경을 구축하는 동시에 우수한 신선식품 품질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부각시켜 온라인 장보기 고객의 유입을 활성화 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SSG닷컴은 기존 수도권에서 운영하던 신선식품 품질보증 서비스 ‘신선보장제도’를 전국 120여개 이마트 PP센터 상품에 확대 적용한다.
‘신선보장제도’는 고객이 온라인 장보기를 통해 구입한 신선식품이 신선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 조건을 따지지 않고 교환, 환불해주는 제도다.
‘과일이나 채소는 실물을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2019년 3월 법인 출범과 함께 시작한 제도로, 신선도 판단의 기준을 고객에게 100% 맡긴 것이 특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장보기 상품의 핵심은 신선식품에 있다”면서 “특히 최근 물가가 오르고 작황부진 등으로 상(上)품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신선식품의 품질이 곧 유통채널의 경쟁력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경쟁은 신선식품 수요를 흡수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사례”라면서 “신선식품 산지와 네트워크가 탄탄하거나 경력이 많은 상품기획자(MD)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몸값이 크게 뛰었다. 일부 직원들은 본사 차원에서 따로 관리에 나설 정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