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8시간 걸친 장시간 회의 끝 결론
"李 소명 믿기 어려워…품위유지 위반"
'중징계'에 이준석 대표직 유지 '빨간불'
'당권 주자 세력 다툼' 격화 가능성 고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 간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게 제기된 '성상납 증거인멸 의혹' 혐의를 인정하고, 당의 품위유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해서다. 이 대표가 받은 6개월의 당원권 정지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당 대표가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당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하는 규정에 따라 새로운 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 내 당권 주자들의 세력 다툼이 더 강화되며 당내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8일 국회 본관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이준석 대표의 '성 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 품위유지 위반의 건'을 심의한 결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전날 오후 7시에 시작된 윤리위 회의는 이날 오전 2시 50분에서야 끝났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윤리규칙 4조1항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해야하며 당의 명예 실추하거나 국민 정서 동떨어진 행동해선 아니된다'에 근거하고 사실확인서의 증거 가치, 이 대표 본인 및 당 전체에 미칠 영향, 업무상 지시관계, 관련자들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각종 사실자료 등을 종합 고려헀을 때 이준석 대표의 소명은 믿기 어렵고 품위유지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심의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가 시달렸던 '성상납'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에게 제기된 건 지난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두 차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본인 측근인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에게 지시를 내려 제보자에게 7억원을 주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실장이 지난 1월 이 대표의 지시로 제보자를 만나 '성 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았고, 대가로 '7억원 투자 유치 각서'를 써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윤리위는 이 대표가 김 실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증거인멸 당사자'인 김철근 실장은 지난달 22일 윤리위 3차 회의에 이어 전날(7일) 오후 8시께 4차 윤리위 회의에 참석해 약 45분간 의혹 관련 사항을 소명했다.
이 대표는 7일 저녁 9시20분께 윤리위 회의장을 찾아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했다. 이 대표는 당시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드디어 3달여 만에 윤리위에서 소명 기회를 갖게 됐지만, 공교롭게도 출석 기다리는 사이에 한 언론 보도내용 보고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온건가'에 대해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건 윤리위 출석 직전에 나온 언론보도다. JTBC는 이날 이 대표에게 제기된 성상납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정치인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정치권의 누군가가 이 대표를 의도적으로 겨냥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 의혹은 오늘 성실하게 소명하겠지만 지금 사실 지난 몇 개월 동안 그렇게 기다렸던 소명 기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이렇게 무겁고 허탈할 수 없단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 부과한 징계는 총 4가지(경고·당원권 정지·탈당 권고·제명) 가운데 하나로 중징계에 해당한다. 윤리위는 김 실장이 성상납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김 실장에겐 '당원권 정지 2년'의 징계를 내렸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증거인멸'을 위해 김 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교사' 혐의도 함께 인정한 것이다.
당원권이 정지된다고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6개월이라는 기한은 사실상 '대표직 박탈'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대표의 임기는 이번 달 기준으로 11개월 남았다.
문제는 현재 당헌당규에는 당 대표가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당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받은 이 대표는 남은 임기와 관련 없이 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기한 동안 '거취 결단'을 압박받을 수 있다.
대표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지만 이 대표가 버틸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 와 관련한 재심 의사와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결정하면 윤리위 징계와 관련된 갈등은 조금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징계 결과로 인해 바뀌게 되는 것은 '당대표'일뿐 최고위원들의 사퇴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상 비대위원회가 꾸려지는 상황은 최고위원을 포함한 지도부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때뿐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의 예상대로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게 되면 당내 상황은 복잡해진다. 현재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세력 결집이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당내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당대표랑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체제인 만큼 최고위가 다 사퇴해야 비대위로 가는 건데 이 대표 징계로 인해 최고위가 모두 사퇴할 가능성은 적다"며 "조기 전당대회 체제로 가게 된다면 현재 당권을 노리고 있는 인물 간의 다툼이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