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 확산에 국제유가 100달러 밑으로
주요 광물 가격도 하락세…국내 산업계 영향 '촉각'
국제유가를 비롯한 철광석, 구리, 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최근들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주요국 은행들의 통화 긴축 정책이 경기침체(리세션) 공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고물가로 시름을 겪은 산업계는 이번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제품 수요 부진으로 인한 생산 위축·수익 악화로 연쇄 타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를 필두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8.54 달러로 한 달 전과 비교해 19% 이상 떨어졌다. 브렌트유 역시 18.5% 내린 100.69 달러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세는 하반기 들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경기 침체로 국제유가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65달러까지 떨어지고 내년 말에는 45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수요가 뚜렷하게 감소하면서 제품 가격 하락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광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3.4 달러로 전월 대비 23.2% 떨어졌다. 철광석도 21.8% 내린 t당 114.5달러를 기록했고 이 기간 은 가격도 13% 하락했다.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에너지 정책 등 대외 요인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된 영향으로 분석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며 그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확산, 실질금리 상승,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대러시아 제재 강화 등을 들었다.
이와 함께 IMF는 2022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작년 10월 4.9%로 예측한 뒤 올해 1월과 4월 각각 4.4%, 3.6%로 연달아 내렸다. 이달 발표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중국·유럽 등이 침체를 겪게 되면 한국 경제도 당연히 휘청일 수 밖에 없다. 상반기 인플레이션으로 비용 부담이 높아진 자동차, 철강, 정유·석화 등 산업계는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졌다.
정유업계는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인 유가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한다.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재고자산 평가손실이다. 재고평가손실은 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로 얻은 손실을 말한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고유가일 때 구입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져 정유사들이 그만큼 손실을 본다. 상반기 유가 상승으로 적잖은 재고이익을 봤던 정유사들은 하반기에는 이 이익분을 모두 뱉어낼 위기에 처했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요 부진도 현실화 수순을 밟게 되면 마진 타격은 불보듯 뻔하다. 앞서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소비 감소로 2020년 상반기에만 5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적자를 메꾸는 데만 1년 가까운 기간이 걸렸다.
자동차업계 역시 차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구매를 아예 포기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유가로 올해 들어 차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은 원가 및 물류비 인상을 이유로 전기픽업트럭 GMC 허머(Hummer) 가격을 6250 달러(802만원) 인상했다. 테슬라는 모델Y 퍼포먼스 버전 가격을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총 9%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판매 가격도 1년 새 평균 10% 가량 올랐다. 하반기에도 차강판, 배터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차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가 꺾이게 되면 실적은 당연히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다. 소비 감소 시그널은 해외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6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높은 신차 가격이 구매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면서 11% 감소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