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단련 회장‧부회장, 이재용 부회장과 잇단 회동
스미토모 회장과 한일기업 교류 활성화, 공급망 안정 등 논의
히타치그룹 회장과 반도체 분야 협력 의견 교환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일본 경제인들이 잇달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찾았다. 공식 일정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했지만 역시 최대 관심사는 국내 최대 기업 총수였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도쿠라 회장은 삼성전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스미토모화학 회장이기도 하다. 스미토모화학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감광액)’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2019년 일본의 무역보복 당시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함께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됐던 소재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해 7월 일본으로 날아가 5박 6일간 현지 재계와 금융계 관계자들을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 당시 도쿠라 회장과도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의 공급선 다변화 움직임과 일본 소재업체들의 압박으로 일본 정부도 일부 물량의 수출허가를 내주는 성과가 있었다.
나아가 스미모토화학은 지난해 8월 한국에 공장을 지어 2024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포토레지스트를 직접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만찬에서 이 부회장은 도쿠라 회장과 한일 기업간 교류 활성화 및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에는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경단련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찾아 오찬을 함께 했다. 히타치그룹은 서버, 스토리지 등 다량의 메모리반도체가 소요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고객사다.
이날 회동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히가시와라 부회장과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단련 회장 및 부회장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총수를 잇달아 찾으면서 그동안 경색됐던 민간 차원의 한일 협력관계 재구축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기업인이 방한시 이 부회장을 찾는 일은 예전에도 빈번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3년, 2014년, 2019년 등 한국에 올 때마다 이 부회장과 만났다. 2019년 회동 때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차세대 통신 및 사물인터넷 등에 대해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NTT도코모, KDDI 등 일본 1, 2위 통신사업자들로부터 5G 네트워크 장비 수주를 따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일본 내 인맥이 탄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민간 차원의 네트워크가 한일관계 회복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