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노선 운항 재개, 2년3개월 만에 김포공항면세점 오픈
중국 보따리상 매출 줄고, 고환율로 가격경쟁력 하락
중국 정부와 외교 마찰 발생 시 제2사드 사태 재현 우려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관광객 입국이 늘고 있지만 면세업계의 표정이 밝지 만은 않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여 간 닫았던 매장을 하나둘 다시 여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한 상황이지만,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중국과의 외교 마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드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함께 가지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문을 닫았던 면세점 매장들이 속속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김포국제공항에 있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29일부터 정상영업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무착륙 관광 비행 일정에 맞춰 부정기적으로 문을 열다가 이번에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이 재개되면서 2년 3개월 만에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됐다. 또 롯데면세점은 이달 1일부터 일본 도쿄긴자점의 운영도 재개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 5월 호주 시드니 중심가에 시드니시내점을 새롭게 오픈했고, 올 하반기 베트남 다낭시내점에 이어 내년에는 하노이에도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국내 면세품의 온라인 해외 판매(역직구)가 허용된 점도 면세업계의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동안은 외국 관광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해도 한국에 입국해 직접 상품을 찾아가야 했지만 이달부터는 현지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것처럼 구매 후 배송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9일 업계 최초로 역직구 플랫폼 '오버시즈 쉬핑'을 오픈했고, 신라면세점은 중국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인 '차이냐오'와 협업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에 나선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도 하반기 해외 판매를 위한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국내외 여행객이 늘고 온라인 채널로 판로도 확대됐지만 업계는 숨통이 트인 것 일뿐 근본적인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국내 면세업계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이후 단체 관광객 입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업계는 중국 보따리상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매출의 30~4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주면서도 일정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었다.
현금이 돌아야 새로운 상품을 매입하고 이를 통해 핵심 브랜드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면세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대거 완화하고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보따리상의 출입국 심사를 강화하면서 국내 면세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보따리상 감소에 최근 들어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국인 판매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대로 높아지면서 면세품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한 탓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단체 관광객 입국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와 비교해서는 현저히 적은 수준”이라며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로선 중국 보따리상 매출 비중이 여전히 가장 크다. 수혜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중국 정부와의 외교 마찰 가능성이 높아지는 부분도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가를 놓고 중국 정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향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제2사드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당장 매출 구조를 바꾸긴 어렵다. 동남아나 일본 관광객 매출 비중이 최소 절반은 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출 비중을 분산시키기 위해선 내국인 비중을 끌어올릴 필요성도 있다”면서 “엔데믹 전환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600달러로 묶여 있는 면세한도를 풀어야 한다. 구매한도만 해제해서는 내국인 소비진작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