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임금 격차 줄이기 위함 취지는 의미 있지만 현실서는 간단한 문제 아냐"
"격차 큰 민간기업 아닌 공공기관에선 실효성 없지만…민간이 자발적 최고임금 제한 문화 조성 의미"
"사회주의·공산주의적 발상…최저임금이야 하나의 안전장치 역할하지만 최고임금은 불가능"
"미국은 연봉 몇백 배 차이 나는 곳도 있기에 가능…우리나라와는 임금 격차 수준이 달라"
제10대 시의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제동이 걸린 '서울특별시 공공기관 임원 최고임금에 관한 조례안'의 당초 취지는 불평등한 임금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조례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에서만 시행해서는 사회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고, 최고임금 제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금의 불평등이 워낙 심한 나라에서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라는 '살찐 고양이 법'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현실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적용률이 높아지고 최저임금 또한 높아지면서 경영자들의 최고임금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는 계속돼 왔다"고 전제하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최고임금을 법으로 제한하기에 앞서 임금 제한을 통해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법의 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격차가 큰 민간 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에서부터 시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주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문제는 사회적인 규범을 통해서 제한해야 하는데 조례나 법으로 강제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좋은 인력을 유치하려면 높은 연봉이 보장돼야 하는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적 여론이 먼저 뒷받침돼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정부가 최고임금을 제한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공공기업에 한해서만 가능한 제도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며 "대기업이야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돼 있어 임금의 격차가 크지만, 공공기관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들이 양극화 문제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최고임금을 제한하는 문화를 만든다면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최고임금을 제한한다는 것에 대해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있으면 최고임금도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최저임금이야 하나의 안전장치로서 있을 수 있지만 최고임금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도 없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그는 "정의당의 발상 자체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며 "이렇게 따지면 방탄소년단도 최고 임금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살찐 고양이 법의 예시로 많이 거론되는 나라인 미국은 오래 전부터 살찐 고양이법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왔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경영자의 연봉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임금 격차의 수준이 다르다.
정 교수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연봉 차이가 몇백 배씩 나는 경영진이 있다"며 "심지어 이 때문에 도산하거나 본인의 임금을 엄청나게 올리는 도덕적 해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주 총회나 이사회에서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 또한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천문학적으로 경영진의 연봉이 높아지다 보니 제한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공공·금융·민간 등에서 사회적 문제를 낳고 당사자가 책임질 상황이 되거나 빚잔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