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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나쁜 학습효과'…임단협 시즌 줄파업 우려


입력 2022.06.16 10:28 수정 2022.06.17 10:1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자동차, 조선 등 주요 기업 임단협 돌입

화물연대 선례 좇아 노조 무리한 요구 앞세워 줄파업 우려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 허용 등 사측 방어권 보장해야

현대중공업 노조가 4월 27일 울산 본사에서 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철회로 일주일간 전 산업계를 뒤흔들던 물류대란도 마무리됐지만, 기업들은 이후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적 학습효과’가 향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때문이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교섭에 돌입했거나 돌입 예정인 기업들은 화물연대 파업 경과가 노조의 강성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고, 그 과정에서 비노조원의 운행을 방해하거나 주요 기업 물류 거점을 봉쇄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큰 피해를 입혔다.


전체 피해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는 등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결국 화물연대 요구사항이었던 안전운임제 연장 추진에 합의했다.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화물연대의 ‘실력행사’가 요구 관철로 이어진 셈이다.


이를 두고 한국무역협회는 “매번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국가산업 및 경제를 볼모로 하는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실력행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이번 집단운송 거부 행위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충분한 대화와 토론보다 집단행동을 앞세운 것으로 절차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화물연대가 파업 파장을 확대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을 타깃으로 물류 봉쇄에 나선 시점에 협상이 타결됐다는 점은 부정적 학습효과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된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파업시 사용자측에 최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시점과 방법을 택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는 게 노동계의 전통적 전략”이라며 “이번 화물연대 사태의 경과는 그런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인식을 노동계에 각인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사가 5월 10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와 윤장혁 전국금속노조위원장, 안현호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을 포함해 교섭대표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런 상황은 임단협 과정에서 노동계를 강성 노선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주요 기업들은 현재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있거나 교섭 초기 상황으로, 최악의 타이밍에 안좋은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분위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10일 상견례 이후 같은 달 18일부터 임금협상(임협) 본교섭을 시작했다. 기아는 오는 22일 임단협 상견례가 예정돼 있고, 한국GM은 최근 노조측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해 조만간 교섭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차와 기아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는 공동 요구안을 내놓고 사측을 대상으로 공통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달 가까스로 2021년도분 교섭을 마무리한 현대중공업 역시 올해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현대중공업계열 조선 3사 노조가 공동 교섭에 나설 계획을 밝힌 상태라 임금인상에 기업별 경영실적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사측과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올해는 임금인상 뿐 아니라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 여러 쟁점들이 산적해 있어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요구 관철에 나설 경우 파장은 더 커진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공동요구안에 정년연장, 신규인원 충원,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포함시켰고, 다른 기업 노조들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단계적으로 늦춰진다는 점을 들어 정년연장을 요구안에 넣을 태세다.


업계 전반으로는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이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적정성 등을 감안해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임금피크제 자체를 불법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주요 기업 노조는 이를 빌미로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 등 사측의 방어권이 전무한 상태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파업에 나선다면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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