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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연령 하향’ 한동훈, 소통의 묘미 살릴 때 [이수일의 짚어보기]


입력 2022.06.14 06:30 수정 2022.06.14 04:47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강력범죄 촉법소년 규모 지속 증가…여·야 연령 상한 낮추는 법 잇달아 발의

낙인찍기 우려 비판…유엔·국가인권위 등서 연령 상한 하향 반대

일방통행에 불만 표시했던 한동훈, 소통 통해 반대 여론 설득해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접결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을 본격화했다. 이미 지난 8일 법무부 주례 간부 간담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관련 사안들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촉법소년은 범죄 행위를 저지른 만 10~14세 청소년을 뜻한다. 형사미성년자인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 처벌이 아닌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필요성은 과거부터 제기돼 왔다.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의 규모가 지속 증가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3만5390명으로 집계됐는데, 6286명(2017년)에서 8474명(2021년)으로 증가됐다.


정치권도 촉법소년 하향에 관심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용민 의원, 서영교 의원 등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민의힘도 허은아 의원, 이종배 의원 등이 법안을 제출돼 있다. 김용민 의원은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것을 법안에 담았고, 서영교·허은아·이종배 등은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로 설정했다.


다만 미성숙한 청소년에 대한 ‘낙인찍기’라는 비판뿐만 아니라 교정시설의 수용력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도 큰 상황이다. 법을 위반한 촉법소년의 경우 교도소에 보내 구금되면 평균 1인당 2300만원이 드는데, 이 돈을 사용해 이들이 실제 교화에 성공할지도 미지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에서 강조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 관점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주장해왔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991년 우리나라도 비준한 국제법으로, 우리 헌법 제6조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실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에게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연령의 하한선을 최소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하고, 14세보다 연령이 낮은 국가는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한국의 아동사법 제도 운영과 관련해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아동사법 전문법원 설립, 소년에 대한 공정한 재판 보장 등도 권고했다.


덴마크 등 일부 국가에서 2010년에서 2012년 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낮추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측도 아동 권리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민변은 아동사법 절차 전반에 관계된 모든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동의 회복과 사회복귀라는 아동사법제도의 이념은 국가의 아동보호 책무가 이행됐을 때 달성될 수 있는 만큼, 연령을 이유로 하는 혐오를 걷어내고 지원과 보호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게 민변의 판단이다.


결국 한동훈 장관은 소통을 통해 반대 여론을 설득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모든 반대 여론을 설득할 순 없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 않고 반대 입장을 내비치는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실제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에 반대하는 여론과 실무적인 어려움 등을 고려해 정책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위해 일방통행을 했다. 청와대 사람 20명을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민주당이 나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검찰, 변호사단체,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을 탈당시키는 강수까지 둬 가며 관련 법안 통과를 관철시켰다. 청와대 그 결과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참패를 당했다. 일방통행은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소통 방법은 찾으면 된다.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고려해보면 된다. 학계, 변호사단체, 시민단체 등과 논의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도 된다. 소통 창구를 만들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왜 필요한지, 이를 통해 우려되는 점을 어떻게 해소시킬지 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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