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리스크 우려
가계부채 자극 염려도
새 정부가 청년의 미래소득까지 고려해 대출 한도를 높여 주겠다는 정책을 들고 나온데 대해 은행권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뜩이나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고 있는 와중, 자칫 불확실한 담보를 기반으로 대출을 늘렸다가는 차주는 물론 은행까지 추가적인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청년 대출 확대가 최근 들어 겨우 안정세를 찾은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는 청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래소득을 반영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방침이 담겼다.
이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 가치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정책에 대한 보완 성격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현재 60~70% 적용돼 온 LTV를 80%까지 높이기로 했다. 그 만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확대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DSR을 고려하면, 이같은 LTV 조정의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로, 엄격하게 적용할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총 대출 규모가 2억원을 넘는 차주에게 개인별 DSR 규제를 적용하고, 연간 원리금 합계가 소득의 40%를 초과하면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대출액 합산 1억원이 넘는 차주까지 이 같은 DSR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직 소득이 부족한 젊은 층으로서는 LTV 기준이 완화되더라도 실질적인 대출 한도 확대 효과를 누리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청년층에게 만큼은 미래소득까지 적용해 DSR을 산정토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꺼내든 이유다.
문제는 이를 위한 기준이 될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아 왔다는 점이다. 미래소득 가이드라인은 이미 지난해 7월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마련돼 있다. 정부의 고용노동 통계를 참고해 연령대 별로 통상 평균 소득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추산해 놓은 값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막혀 실제로는 거의 활용되지 않아 왔다.
가이드라인이 가동된다 하더라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은행으로서는 확실치 않은 소득을 가지고 대출 한도를 높여주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유연한 대출 정책을 실시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이지, 이를 확정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여신 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향후 차주의 이자 비용 확대가 불가피한 와중 대출을 늘리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1월과 4월, 5월에 각각 0.25%p씩 인상이 단행되며 1.75%까지 올라섰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안에 한두 차례 더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애써 진정세를 찾은 가계 빚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9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000억원 줄었다. 2013년 1분기 이후 첫 감소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 등까지 더한 포괄적인 가계 빚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질적인 대출 수요자에게 한도를 넓혀 줘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불확실한 가이드라인과 금리 인상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금융사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