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서울 모든 구에서 宋에 승리
구청장은 '국민의힘 17 vs 민주 8'
교차투표 30만…대선 가른 표 차 이상
정치권 "정당·이념보다 인물론 먹혔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에서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교차투표'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모든 구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섰으나,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7곳에서 당선됐고 지역별로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물'과 '명분'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판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는 260만8,277표(59.0%)를 득표하며 173만3,183표(39.23%)에 그친 송영길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서울시 25개 모든 구에서 오 후보의 승리였다.
그런데 구청장 표심에서는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민주당 구청장 후보의 득표수 총합은 203만8,101표로 송 후보가 얻은 표보다 대략 30만 표가 많았다. 반대로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들의 득표수는 233만4,137표로 오 후보보다 27만여 표가 적었다.
일례로 성동구의 경우 시장 선거에서 오 후보 8만4,320표, 송 후보 5만1,996표가 나왔으나,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7만9,786표, 국민의힘 강맹훈 후보가 5만8,708표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성동구 외에도 구청장 선거에서 결과가 뒤바뀐 곳이 7개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내 지역에서 일을 잘해왔던 사람은 지역과 이념, 정당을 떠나 선택을 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본다"며 "결국에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번에 투표율이 유독 낮았는데 정치나 선거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예전 지방선거에서는 한 정당으로 쭉 찍는 이른바 줄투표가 많았는데 이제는 유권자들이 똑똑해지고 의식 자체가 높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당선된 민주당 구청장들 대부분이 현직 구청장인데 주민들이 기초의원까지는 잘 몰라도 구청장에 대해서는 인지도가 있는 편"이라며 "지역별 성과를 체감한 주민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여야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진영논리나 이념이 아닌 명분과 적절한 지위를 갖춘 후보를 공천해야 선거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상식이 표로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지난 대선의 당락을 가른 표 차이가 불과 25만여 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오세훈을 찍고 구청장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가 아니라 구청장을 민주당 후보로 찍었는데 송영길을 차마 못 찍은 것"이라며 "송 후보가 너무도 약한 후보였다. 정치적 위상의 문제가 아니라 불과 3주 전에 서울시장을 나온다고 하니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