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생방 물자 지원 예정
앞선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비살상 군수물자' 지원
윤석열 정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군수 물자를 지원키로 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두 차례 지원과 마찬가지로 살상 무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26일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을 고려해 3차 군수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화생방 장비인 방독면과 정화통 등 2종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화학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약 15억원 상당의 화생방 물자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부대변인은 "조기에 현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국과 잘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 3월 방탄헬멧·의약품 등 비살상 군수물자 20개 품목(10억원 상당)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방탄조끼·헬멧·전투식량 등 45개 품목(22억원 상당)의 군수물자를 전달하기도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한국 측의 무기 지원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특히 미국은 문 정부 시절 폴란드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을 경유한 지원 가능성을, 윤 정부 출범 후에는 미국을 통한 우회 지원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내 역할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문 정부는 살상 무기 지원 요청에 거듭 선을 그은 바 있다. 윤 정부는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대외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어 '전향적 결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실제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비살상 무기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살상 무기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기술을 토대로 국산화된 무기가 적잖다며 관련 무기 체계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해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측이 우리 정부에 직접 지원을 요청한 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 △신궁에는 러시아 기술이 반영돼있다.
더욱이 북한이 각종 도발을 일삼으며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북러 연대 강화 여파로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한 "지원 수위 높여가는 쪽으로"
윤 정부의 첫 우크라이나 지원이 비살상 군수물자로 확정됐지만, 향후에도 '같은 입장'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측의 무기 지원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없었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경제지원·군수지원도 있고, 유럽 상당 국가들은 무기 지원을 하는 등 몇 가지 레벨이 있다"며 "우리는 일차적으로 경제지원·군수지원에 집중해 수위를 높여가는 쪽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향후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 역시 지난 23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주재로 개최된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 화상회의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을 고려해 사태 해결에 기여할 방안을 추가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