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이어 SK, LG 등 주요 기업 투자계획 발표 이어져
尹 정부 5년간 국내만 800조원, 해외 포함 1000조원 투자
미래성장 분야에 투자 집중…정부 '혁신성장' 기조와 '궁합'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신기업가 정신 선포’를 통해 혁신성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한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내놓고 있다.
24일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에 이어, 26일 SK그룹, LG그룹이 투자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공식 발표된 국내 투자액만 800조원, 해외 투자계획까지 포함하면 1000조원에 육박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투자계획을 발표한 주요 기업들의 국내 투자규모는 ▲삼성 360조원(해외포함 450조원) ▲SK그룹 179조원(해외포함 247조원) ▲LG그룹 106조원 ▲현대차그룹 63조원 ▲롯데그룹 37조원 ▲한화그룹 20조원(해외포함 37조7000억원) ▲두산그룹 5조원 등 총 770조원에 달한다. 모두 4~5년내 투자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포스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GS그룹도 이날 중 발표가 예정돼 있어 이들까지 포함하면 주요 기업들의 국내 투자계획은 총 8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직접투자 외 해외투자까지 포함하면 1000조 단위까지 치솟는다. 해외투자액까지 언급한 삼성(90조원)과 SK(68조원), 한화(17조 7000억원)만 해도 도합 175조7000억원이다. ‘투자 천조국’이 현실화된 셈이다.
투자 대상은 미래성장사업과 관련 연구개발(R&D)에 집중돼 있다. 단순히 기존 주력사업의 설비투자 등으로 덩치만 키우는 게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윤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와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원활한 민-관 팀플레이를 기대케 한다.
가장 큰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삼성은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바이오, AI(인공지능) 등을 타깃으로 삼았다. 기존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넘어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고, 신성장 IT(정보기술) 분야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진에게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독려하며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도 일류기업의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SK그룹이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이다. 이들 분야는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 SK온 출범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 주력으로 성장시켜 온 핵심 성장동력이다.
반도체와 소재에만 142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에 67조4000억원, 디지털에 24조9000억원, 바이오 등에 12조7000억원을 각각 투자키로 했다. 전체 투자금의 90%가 BBC에 집중될 만큼 이번 투자는 핵심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LG 역시 구광모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전장과 차세대디스플레이 등 첨단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 국내투자 중 40%에 해당하는 43조원을 미래성장 분야에 집행할 예정이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1조원을 배터리, 전장, 차세대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데이터(Data),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의 R&D에 집중 투입한다.
분야별로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AI, 데이터 분야에 3조60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바이오 혁신신약 개발에 1조5000억원,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클린테크 분야에도 1조8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완성차‧부품 계열 3사를 중심으로 전동화, 로보틱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AI 등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집중 투자에 나선다. 정의선 회장의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라는 미래 사업비중 구상을 기반으로 한 투자 전략이다.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16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로보틱스‧UAM‧커넥티비티‧AI 등 미래 신기술‧신사업에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그룹도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Health&Wellness), 모빌리티(Mo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부문에 투자를 집중한다.
바이오 의약품 CDMO, UAM, 전기차 충전 인프라, 수소, 수소전지소재, 리사이클, 바이오플라스틱 등이 신동빈 회장이 롯데의 미래를 위해 준비한 사업 아이템들이다.
한화그룹 역시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미래 성장사업으로 낙점한 방산‧우주항공 분야에 2조6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위성체 및 위성발사체, UAM 등의 분야에서 미래 기술 선점과 시장 개척에 나선다.
또,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분야 4조2000억원,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에 2조1000억원, 탄소중립 사업에 9000억원 등을 투자해 저탄소 시대에 대응한 지속성장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두산그룹은 SMR(소형모듈원자로),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으로, 특히 미래형 원전인 SMR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포스코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용 양‧음극재, 고체전해질 등 핵심 소재를 중심으로 투자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임기 5년은 에너지, 모빌리티, ICT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대부분의 분야에서 파괴적 변화가 발생하는 시기”라며 “민간 주도의 혁신성장이라는 정부 기조에 걸맞게 기업들이 혁신성장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미래 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민-관 팀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