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스포츠카' 겨냥한 '연두색 번호판'
'탈세 수단'이라는 주홍글씨에 기피 현상 뚜렷
법인 판매 비중 절반 달하는 벤츠 등 타격 불가피
"고가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은 거의 혐오 수준이다"
법인차량 번호판을 연두색 등 색깔로 구분하는 법인세법 개정 법률안이 추진되면서 수입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고가의 수입차 잠재 고객들이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뚜렷한 기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법인차량 번호판을 일반차와 구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국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수입차 브랜드들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명의로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한 수입차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다.
지난해 벤츠 총 판매대수 7만6152대 중 절반 수준인 3만7419대가 법인 명의로 팔렸다. 개인 명의로 판매된 벤츠 차량은 3만8733대였다.
법인차량 번호판 구분을 앞두고 초고가 수입차인 '슈퍼카'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지만, 법인차량 판매 대수와 판매 비중으로 따지면, 오히려 벤츠가 매출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튜브 '59초 쇼츠 영상'을 통해 법인차의 번호판 색상을 일반차와 달리해 구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일부 법인이 탈세를 위한 꼼수로 가족의 명의로 수입법인 차량을 등록한 뒤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연두색 번호판' 기피 움직임이 일어났다. '번호판이 바뀌기 전에 신속하게 출고해드리겠다'는 광고가 흔하게 눈에 띄고, 고가의 수입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합성한 사진이 온라인상에 나돈다.
번호판의 색깔을 바꾸는 취지 자체가 '탈세 등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는 고가의 수입차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법인차 번호판 색깔이 바뀌기 전에 차량을 받으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KAI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억원 넘는 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1만67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3616대)에 비해 23% 늘었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한국에서 법인 명의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벤츠 E클래스였다. 벤츠 E250(3536대)과 벤츠 E350(3248대)을 합쳐 총 6784대가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이어 벤츠 S클래스(S580)가 3248대 등록됐고, 벤츠 CLS클래스(1753대)가 뒤를 이었다.
브랜드별로는 벤츠에 이어 BMW가 법인차량 판매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판매된 6만 5669대 중 법인 명의 차량이 2만 4370대(37%)를 차지했다.
지난해 법인차량 명의의 수입차 총 판매대수 10만 2283대 중 벤츠(3만7419대)와 BMW(2만4379)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이어 아우디가 1만1849대로 뒤를 이었고, 포르쉐(5264대), 볼보(3242대) 순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탈세의 온상이 됐던 법인차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법인에서도 엄격한 잣대로 법인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초과 수요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입차 시장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