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에 내부거래 의혹 제기…14억3000만원 과징금 청구 및 검찰 고발
재판부 "부당거래 주장한 공정위, '정상거래' 기준 제시하라"
대법원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을 놓고 벌인 재판에서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대한항공,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대한항공 측의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결론지었다.
공정위는 2016년 11월 대한항공이 계열사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당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공정위가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조항에 근거해 과징금을 부과한 첫 사례다. 특수 관계인은 회사의 대주주와 그의 친인척, 그 기업에 출자해 자금 관계를 맺은 사람을 뜻한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 면세품 판매 관련 사업을 하는 대한항공 계열사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현아·원태·현민씨가 이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유니컨버스는 콜센터 운영과 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다. 2007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조 전 회장과 자녀들이 70~100% 지분을 보유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직원들을 동원해 싸이버스카이에 기내면세품 인터넷 광고 업무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광고 수익을 챙기게 한 것으로 봤다. 또 유니컨버스에는 시스템 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 지급하는 식으로 이익을 보장해줬다고 봤다.
대한항공 측은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2017년 소송을 냈다. 공정위 처분 불복소송은 2심제(서울고법·대법원)로 진행된다.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싸이버스카이나 유니컨버스에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공정위 측은 '부당거래'를 주장했는데, 부당거래와 비교 대상이 될 '정상거래'의 기준을 공정위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비교 대상도 없이 어떻게 부당거래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취지다.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본 대법원도 서울고법의 판결에 틀린 점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해 특수 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뤄져야 한다"며 공정위 처분의 근거가 된 공정거래법 23조의2에 대한 해석·적용의 기준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