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능에 디자인과 위생 개념까지 장착
"전·월세집도 걱정 NO" 분리 가능한 이동형·창문형 제품 대세
"멀티(Multi)만이 살아남는다."
때이른 더위에 가전업계의 에어컨 대전(大戰)이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웃돌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선보이는 모양새다. 업체들은 최근 2년 간 약 200만 대 선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를 250만 대까지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존과 차별화된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지난 2월부터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에어컨 전문 기업 캐리어 역시 지난달부터 광주 에어컨 공장 '전면 풀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국내업체들이 주력하는 프리미엄 에어컨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바로 '멀티'다. 여름 한철 사용 후 커버를 씌워 한쪽에 덩그러니 방치됐던 에어컨을 계절 따라, 기능 따라 소비자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보탠 것이다. 이에 업체들은 '한철 가전'이 아닌 '사계절 혹은 다(多)계절 가전'으로의 인식 전환을 위해 온풍·가습·제습 등의 기능을 속속 탑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 체온풍'은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0~40도 사이의 온기를 내보내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무풍은, 냉방은 기본이며 사람 체온과 비슷한 바람을 선사해 봄·가을에도 기호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기청정기로도 활용이 가능한 소위 '만능템'이다. 17일 LG전자가 새롭게 출시한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는 일반 대용량 20리터 제습기보다도 큰 하루 최대 34리터의 제습 성능을 갖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에어컨들은 이외에도 '디자인'과 '위생'까지 장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단순 냉방 성능보다는 인테리어 요소를 접목해 교체 수요를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6일 삼성전자가 출시한 '윈도우핏'은 무광의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 블루 등 다양한 색상을 도입했다. 사용하다 질릴 만하면 패널(panel)을 떼어내 다른 색상으로 교체 가능하다. LG 오브제컬렉션 엣지 역시 카밍베이지, 크림화이트 색상으로 제작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어떤 인테리어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위생 기능도 대거 반영됐다. 기존에는 에어컨 사용 후 내부 습기가 곰팡이로 이어져 다음해 에어컨을 재가동할 경우 냄새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인공지능(AI) 기능 탑재로 자동 건조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삼성, LG, 캐리어가 출시한 올해 신제품들에 추가된 AI 건조는 제품 스스로 습도를 감지하고 물기를 말려주는 기능이다. 혹은 분리 세척이 가능한 필터를 장착했다.
중소기업 위주였던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한 점도 에어컨 업계의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는 창문형 에어컨을 생산하는 대기업이 삼성전자 외에는 전무했으나 올해에는 LG전자까지 참전하며 시장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해 월세·전세 등 다양한 주거형태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 신제품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는 '앞툭튀' 없는 디자인이다. 제품을 이중창 바깥쪽에 설치할 수 있어 제품이 방 안으로 돌출되지 않아 좁은 실내 구조도 덜 갑갑하게 느끼게 해준다. 삼성 신제품 '윈도우핏'은 업계 최초로 설치 환경에 따라 고객이 매립형 혹은 거치형으로 프레임 종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사용하지 않는 계절엔 분리 보관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주거 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기존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설치가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창문형이나 이동형은 일체형이라 공간 제약이 없고, 소비자가 직접 설치할 수 있어 편리하고 가성비도 뛰어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