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구도' 국내 전기차 시장에 변화
'폴스타2' 흥행하며 수입 전기차 판매 1위
'억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도 커진다
현대·기아차와 테슬라가 주도해온 국내 전기차 시장이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차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는 반면, 프리미엄 전기차 역시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면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 전기자동차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스웨덴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2'였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폴스타2는 총 460대가 판매됐다. 전월 대비 84.7% 증가한 것으로, 수입 전기차 중 최다 판매다.
가장 많이 등록된 전기차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로 3547대가 등록됐다. 이어 기아 EV6가 4316대, 제네시스 GV60이 809대 인도됐다.
테슬라 등록대수는 1대에 그쳤다. 차량 선적 일정 등의 영향이 컸다. 다만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어 향후 판매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 3월 테슬라 ▲모델3 롱레이지는 350만원(7079만→ 7429만원) ▲모델Y 롱레인지는 310만원(8189만→ 8499만원) ▲모델Y 퍼포먼스는 440만원(8799만→ 9239만원)이 각각 올랐다.
업계에서는 폴스타의 흥행이 국내 전기차 시장 '춘추전국 시대'의 시작을 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그룹과 테슬라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주도해 왔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만 681대 중 현대 아이오닉5와 현대 포터2EV, 기아 EV6, 기아 봉고EV의 비중이71%를 차지했고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 Y의 비중이 약 18%였다. 양사의 비중을 합치면 89%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고, 보조금에 따른 소비자들의 선택이 달라지며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폴스타의 경우, 환경부가 책정한 정부 보조금을 100% 지급받을 수 있고 출고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면서 수입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지난해보다 500만원 인하된 출고가 5500만원 이하 전기차에만 정부 보조금을 100%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 전기차 중 가장 많은 대수가 등록된 폴스타의 '폴스타2'는 출고가가 5490만원이다.
신속한 출고 역시 폴스타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인기 전기차 모델의 대부분이 출고까지 1년 이상이 걸리는 상황에서, 폴스타2는 지금 구매해도 올 3분기 안에 차를 인도받을 수 있어 빠른 출고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와 테슬라의 전기차만 기다렸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된 셈이다. 폴스타는 올해 군내에서 폴스타2를 4000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폭스바겐의 전기 SUV 'ID.4', 쌍용차가 내놓은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과 한국GM의 '볼트EVU', 르노삼성의 '조에' 등과 선두 경쟁을 벌이는 현대차 그룹이 내놓은 GV과 eG80 등도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억대'의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역시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억대 수입 전기차 판매는 847대로 전년의 443대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전기차 보조금 없이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로 승부를 걸고 있는 포르쉐나 벤츠, BMW, 아우디가 대표적이다.
벤츠는 올해 1분기 EQA 466대, EQS 176대, EQC 86대 등 728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전년 동기에 비해 7배나 늘어난 것으로,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3.8%를 기록했다.
고성능 전기차 '타이칸'을 내세운 포르쉐는 405대의 전기차를 팔아 수입 전기차 시장 점유율 7.7%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iX'를 출시한 BMW도 올해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해, 올해 1분기에 450대를 팔았다.
아우디는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를 출시했고, 최근에는 e-트론의 고성능 모델인 'e-트론 S'와 'e-트론 S스포트백'을 공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시장이 성숙하면서 다양한 전기차가 팔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비교적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유럽 브랜드들의 판매가 늘어날수록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