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대차 등 교섭 개시…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협 놓고 갈등 지속
산업 패러다임 급변 속 노조 리스크가 국내 기업 대응능력 약화시켜
재계 "낡은 노동법 뜯어고쳐 노사간 힘의 불균형 바로잡아야"
매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반복돼온 노사 대립이 10일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재계에서는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낡은 노동법을 뜯어고쳐야 대립적 노사관계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오는 1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협상(임협)에 돌입한다. 전통적으로 현대차와 일정 기간을 두고 교섭을 진행해 온 기아 노사도 조만간 임단협 교섭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는 올해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호봉제도 개선 및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 고용안정, 해고자 원직 복직 및 손배 가압류 철회 등 5대 핵심요구안을 앞세워 공동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공동요구안(기본급 14만2300원 인상)보다 높은 인상폭도 이견의 여지가 높지만 고용보장을 하면서 신규인력도 충원하고 정년연장까지 해달라는 서로 상충되는 요구안도 사측으로서는 수용이 쉽지 않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며 인력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존 생산직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유지하려면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라도 있어야 하지만, 생산직을 새로 채용하고 기존 인력의 정년까지 연장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막대한 임금 부담으로 경쟁력 약화를 감수해야 한다.
앞서 르노코리아 노사는 지난 3일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과 박종규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상견례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올해 말까지 매분기 15만원씩 한시적 노사화합수당을 지급하는 데 합의한 바 있어 올해 교섭에서 큰 진통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노조가 지난해 2년치 임금 동결에 따른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교섭 조기 타결을 낙관하긴 힘들다.
한국GM도 지난해까지 흑자 전환에 실패한 가운데 노조가 금속노조 공동요구안인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안을 놓고 사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교섭을 마무리짓지 못한 사업장들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임협을 아직까지 타결하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8월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40여차례 교섭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3월 15일에는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성과급 148%,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같은 달 22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6.76%의 반대로 부결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29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전 사원 평균 임금 인상률을 9%로 결정했으나 직원 4%에 해당하는 4500명 가량이 가입한 노조의 반발로 잡음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2일 사측이 단체교섭권 없는 노사협의회와 임금 인상안을 다룬 것이 불법이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직원 4%가 가입한 노조가 나머지 96%의 직원까지 포함한 대표 교섭권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노동청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다면 경영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재계에서는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시대적 소명으로 내세운 ‘국가경쟁력 회복과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통해 기업들의 노조 리스크부터 해소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조건을 앞세워 연례행사처럼 파업에 나서고 기업들은 변변찮은 방어권도 없이 생산차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28일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에서 “경직된 노동시장과 후진적 노사관계로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진단하며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노사관계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1953년 제정된 낡은 노동법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는 노동시장 경직성과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해 대립적 노사관계를 심화시키며, 기업 경쟁력과 미래세대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윤석열 당선인이 경제단체장들을 초청해 마련한 오찬 회동에서 “갈등적 노사관계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노동개혁이 이뤄져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해외 투자가 들어오며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동 개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