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260~1270원선으로 증시 약세장
피난처로 삼전·현대차 주목…실적 기대감
영향력 감소…급 변동 부정적 영향 지적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환율 효과를 기대하는 수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달러 결제로 인한 실적 수치 증가 효과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환율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어 수출주가 약세장에서의 피난처로서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260~1270원선에서 형성되면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수출주의 향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초만해도 1200원 안팎에 머물렀던 환율은 최근 두 달간 급등하며 1270원선을 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는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상승(원화 약세)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치 하락을 의미해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고 증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약세장에서 투자 피난처로 그나마 환율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수출주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최근 2달간(3.4~5.3) 주가(종가기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5.6%·71500원→67500원), 현대차(+6.4%·172500원→183500원), 한국조선해양(-3.3%·93300원→90200원) 등 대표 수출주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대표적인 내수주로 꼽히는 네이버의 같은기간 성적표(-11.2%·31만7500원→28만2000원)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당분간 고 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환율 상승이 수출주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향상과 기업 이익 마진 확대다.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해외 시장에서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수출 기업들이 국내에서 노동력과 원자재를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형태인데 비용 대비 수익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등 수출 업종들은 결제통화가 달러 기준인 경우가 많아 원화로 환산하면 수치상 실적 개선 효과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최근의 경향을 살펴보면 환율 등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제품 구매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환율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한다고 제품을 사지 않는 것도 아니고 환율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안 살 제품을 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일정 규모의 환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방지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발생을 막지만 반대로 환차익도 그만큼 줄어들면서 환율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환율이 시장의 예상보다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수출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환율의 변동 폭이 급격하게 커지면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