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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데려갈 문화공간 없다"…각박해진 사회분위기, 눈치만 보는 엄마들


입력 2022.05.05 06:51 수정 2022.05.04 23:32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전문가들 "성인에게 요구되는 기준, 아이에게 요구하는 문화 바뀌어야"

"세대 간 이해와 소통으로 어린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문화 만들어 가야"

"아동 향한 적대적 담론 2030 주도, 젊은 세대 문화적 소양도 배려해야…서로 이해하는 노력 필요"

100회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잔디밭에서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원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뉴시스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영화관·공연장 등 우리 사회의 각종 문화공간에서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게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용 영화 상영관에서까지 아이들의 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세대 간 이해와 소통으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서 4살 아들을 키우는 주부 송모(47)씨는 "결혼을 늦게 해서 노키즈존이나 극장에서 아이나 부모에게 눈치 주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고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송씨는 "아이 엄마 입장에서 보면 요즘 주변에서 너무 눈치를 줘서 솔직히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공연이 없다"며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적절히 교육하고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이 공연장에 오는 아이들을 무작정 싫어하는 것도 정말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 윤현수씨도 "아이들에게 엄격한 관람 기준을 요구하는 분위기 때문에 딸아이를 (영화관 등에) 데려가기가 신경 쓰인다"며 "아동용 영화면 노래 정도는 따라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아이들에게 무리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이틀 앞둔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관계자들이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문구 공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성남에서 아들을 키우는 주부 이민영(41)씨는 "아이가 활동적이다 보니 남에게 피해가 될 수 있겠다 싶어 공연장 같은 곳은 아예 갈 시도조차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젊은 세대도 공연을 조용히 즐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입장도 이해한다"며 "엄마들끼리도 만나면 아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않는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얘기하곤 하지만,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게 우선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세대 간 이해와 소통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러한 사회적 배려 속에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동을 향한 적대적 담론은 주로 2030의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세대는 누군가 자신의 문화적 욕구를 방해하는 데 민감하다. 반면 아이를 키우는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높은 문화적 소양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회가 예전보다 물질적으론 풍족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각박해지면서 약자인 아동에게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이들이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되겠지만, 성인에게 요구되는 똑같은 기준을 아이에게 요구하거나 페널티를 주려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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