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공정위 대기업 집단 포함
태경농산, 율촌화학, 농심엔지니어링 등 내부거래비중 최대 50% 달해
지분교환 통해 계열분리로 독립경영체제 구축 가능성
이달부터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농심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야 하는 부담이 커진 탓이다.
농심은 식품업계에서도 수직계열화가 잘 이뤄진 사례로 꼽힌다. 주력인 라면사업을 중심으로 라면스프와 포장재를 만드는 회사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식품산업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이익률이 낮다. 때문에 수익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사례가 잦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를 받게 되면서 이는 장점 보다는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농심도 계열분리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25개 계열사에 공정자산총액이 5조500억원으로 집계돼 이달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2008년 대기업 자산총액 기준이 기존 2조원에서 5조원으로 높아지면서 제외된 이후 14년 만이다.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서 올해부터는 주요 경영 사항 공시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농심홀딩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기준 계열사는 농심, 율촌화학 등 상장사 4개와 비상장사 40개 등 총 44개다.
이중 높은 내부거래로 지적을 받는 곳은 태경농산(52.5%), 율촌화학(39.3%), 농심엔지니어링(32.3%), 호텔농심(45.4%), 엔디에스(33.6%) 등이 꼽힌다.
라면 완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농심은 라면스프를 만드는 태경농산과 포장재를 생산하는 율촌화학과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식품가공 설비를 제조하는 기업이고, 엔디에스는 그룹 계열사에 IT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모두 농심을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져 있다.
현재는 창업주인 고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이 핵심 사업군을 맡아 경영하고 있다. 장남인 신동원 그룹 회장이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를 통해 그룹 전반을 이끌고 있고,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과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각각 그룹의 한축을 담당하는 형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지분정리를 통한 계열분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농심을 중심으로 사업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있는 만큼 외부 매각 보다는 계열분리를 통해 삼형제가 각자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편이 사업 효율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신춘호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지분 상속이 마무리된 만큼 농심홀딩스, 율촌화학 등 핵심 기업의 지분 교환을 통해 계열분리를 진행하면, 그룹의 몸집 규모를 줄이고 이를 통해 대기업 지정을 피할 수 있다.
그룹 지주사인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 31.94%(792만1700주)와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갖고 있는 농심홀딩스 지분 13.18%(61만1484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 경우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 최대주주에 올라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삼남 신동익 부회장이 최대주주(56.14%)인 유통기업 메가마트는 그룹 내 다른 기업에 비해 지분구조가 단순한 편이다. 신 부회장에 이어 농심근로복지기금(17.7%), 율촌화학 근로복지기금(8.67%) 등이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다만 내부거래 비중이 30%가 넘는 메가마트(53.97%) 자회사 엔디에스의 경우 신동원 회장(15.24%)과 신동윤 부회장(11.75%)의 지분이 섞여 있어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지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