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헤비테일’ 수주 방식…후판가 인상에 직격타
t당 10만원 인상 협상 중으로 알려져…"이달 중 마무리 예정"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협상이 4월 초 마무리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 특히 길어지는 모습이다. 차 가격에 강판 가격을 반영할 수 있는 완성차 업계와 달리, '헤비테일(Heavy tail)' 수주를 하는 조선사들은 후판가 인상에 직격타를 맞게 돼 협상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의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포스코와 한국조선해양은 후판 가격 t당 10만원 인상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현재 조선용 후판 가격은 t당 110만원 안팎이다. 각사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 3사의 후판 가격은 한국조선해양 112만1000원, 삼성중공업 120만9000원, 대우조선해양 108만5091원이다. 2020년 대비 각각 68%, 76%, 60%씩 올랐다. 만약 t당 10만원 인상할 경우 상반기 후판가는 t당 120~130만원 수준을 형성하게 된다.
당초 철강업계는 기존 가격 대비 최소 10% 인상을, 조선업계는 동결 또는 2~5%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철강업계와 지난해에 이은 추가 가격 인상을 납득할 수 없다는 조선업계가 맞서는 것이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치솟으며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상반기 t당 10만원, 하반기 t당 40만원 인상한 바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과 7월 철광석 가격은 t당 220달러를 넘어섰는데, t당 80달러대 수준이던 예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 15일 기준 가격은 t당 152.06달러로 집계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가격 인상이 아닌 원재료 가격 상승분만큼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협상은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용 강판가 협상과 달리 조선용 후판가 협상이 길어지는 것은 업종 특성 영향도 있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는 강판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가격에 이를 반영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은 t당 15~20만원 가량 인상된 14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선사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를 진행한다. 계약 체결 시 가격이 결정되며 선수금을 받고 건조가 완료되는 2~3년 후 나머지 대금을 받는다. 선박 건조 기간을 2년으로 잡으면 매년 상·하반기 후판가 협상을 4번 진행하는데, 가격이 올라도 최종 가격에는 이를 반영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최근 조선업 시황 호조로 선가가 오르고 있지만, 후판 가격 상승 폭이 더 가파른 모습이다. 지난 3월 신조선가(새로 만드는 선박의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포인트(p) 상승한 156.17p를 기록하며 16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월 127p와 비교하면 23% 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조선가가 오르고 있다 해도 후판 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 수익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며 “수주 호황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작 알맹이는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