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쌍방울그룹·파빌리온PE, 쌍용차 인수의향서 제출 '3파전'
3곳 모두 자금력+완성차업체 운영 능력 부족 진단…경영정상화 '물음표'
쌍용차 인수전에 국내 기업을 포함한 3곳이 뛰어들면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매각이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면 최대한 많은 자금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인수 이후 운영자금 투입 여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히는데다, 자동차 제조 경험도 전무하고 미래 로드맵도 부재해 인수를 하더라도 쌍용차 정상화를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쌍용차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정식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KG그룹,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은 모두 자금 조달 방안이 최대 과제로 지목된다.
지난달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의 M&A(인수·합병)가 무산된 쌍용차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스토킹 호스는 우선매수권자를 정해 두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우선매수권자는 공개 입찰에서 제시된 가장 높은 가격을 수용하면 인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 후보는 우선매수권자(Horse)가 되기 위해 가급적 높은 금액을 써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두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아 캐시카우를 맡고 있는 그룹 내 계열사는 물론,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최대한 자금을 마련하는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자금력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KG그룹은 FI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조합으로 KG그룹은 2019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한 바 있다. KG스틸홀딩스는 대표자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3600억원으로, KG ETS 매각 자금 5000억원까지 확보하면 쌍용차 인수전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쌍용차 인수 성공 시 화학(경기화학), 프랜차이즈업(할리스커피, KFC), 철강업(동부제철) 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폭넓은 사업군을 아우를 수 있게 된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 계열사인 광림이 KH필룩스와 관계사인 KH E&T(KH건설) 컨소시엄을 이뤄 딜에 참여했다. KH그룹은 전자 부품·소재 및 조명 회사인 KH필룩스를 주축으로 음향사업 회사 KH일렉트론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쌍방울그룹이 KH그룹과 손을 잡은 것은 자체 체력만으로는 연 매출 2조원대의 쌍용차를 인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림은 지난해 매출액 188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의 실적을 냈다.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33억원, 유동자산은 1329억원 정도로, 매각이 무산된 에디슨모터스에 비하면 기업 규모가 크지만 그렇다고 자금력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KH그룹과의 연합이 쌍방울그룹 컨소시엄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전략적 투자자(SI)인 만큼 자금 조달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수의향서 제출을 앞두고 계열사인 나노스가 컨소시엄 불참을 선언했고, KB증권도 발을 빼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다만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만큼 쌍용차만큼은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인수 재도전에 나선 사모펀드 파빌리온PE도 높은 의욕을 보이고 있다. 파빌리온PE는 지난해 전기차업체 이엘비앤티와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밀린 바 있다.
이번에는 대형 금융기관, 자동차 관련 기업 등 다양한 SI, FI와 손을 잡고 쌍용차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후보 3곳, 자금력+완성차업체 운영 능력 부족 진단…경영정상화 '물음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들에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1조원대의 자금 동원력과 자동차 제조사 운영 경험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3049억원)의 잔금(2743억원)을 지불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것을 고려하면, 최소 3000억원의 인수자금을 들고 있어야 한다.
갚아야 할 쌍용차 부채는 일반 회생채권 5470억원과 공익채권 3900억원 등 약 9370억원이며, 이중 공익채권은 100% 상환해야 한다.
에디슨모터스가 일반 회생채권을 1.75%만 현금으로 갚고 나머지 98.52%를 출자전환하겠다고 하면서 채권단의 반발을 산 만큼 3곳 후보군은 변제율을 더 높여야 한다. 이들을 설득할 만한 수치를 내놔야만 이후 개최될 관계인집회에서 회생 채권자의 3분의 2 동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요구대로 변제율을 50% 이상으로 올리려면 2500억원 이상이 더 필요하며, 이렇게 쏟아부어야 할 부채와 운영 자금 등을 고려하면 최소 1조원대의 자금이 요구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쌍용차 인수부터 정상화까지 책임있게 끌고나가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곳은 아직까지 한 군데도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후보가 최종 입찰에서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쌍용차의 기업가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참여했다가 리스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의사를 철회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청산가치 더 높은 쌍용차 군침?…주가·평택 부지·정부 지원 '노림수' 지적도
일각에선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 보다 높은 상황에서도 다수의 후보자들이 인수전에 나서는 것은 다른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는 6209억원, 청산가치는 9824억원으로 청산가치가 3615억원 더 높다.
3곳 모두 자동차 제조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한 몫한다. 광림이 특장차를 맡고 있지만 상용차 기반의 특수 차량이기 때문에 쌍용차가 판매하는 승용 SUV 제조와는 거리가 있다.
이들은 사업군 확대와 전기차 시너지 기대라는 인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 톱5 완성차라는 브랜드 이미지 외에 사실상 다른 이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른 우량 기업이 아니라 굳이 쌍용차에 투자하는 이유가 의심스럽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뒤 폭등한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둔 사례처럼 '주가 뻥튀기'가 또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실제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은 인수 추진 발표 이후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한 바 있다.
쌍용차 평택 공장 부지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평택 공장 부지는 약 약 85만㎡(약 26만평) 규모로 현재 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
쌍용차 공장 이전과 연계한 부지 재개발 허용, 대체부지 제공 등이 제공된다면 인수자로서는 막대한 이득을 노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절차 등을 감안하면 수 년의 시간이 소요돼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쌍용차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수만 일단 성사된다면 나머지는 정부가 어떻게든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번 인수전에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전에 다수의 기업이 참여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1조원대 자금력을 갖춘 후보가 없고 완성차 제조 경험과 이해도 역시 전무해 쌍용차 경영정상화가 예정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인수만 된다면 정부가 어떻게든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리하게 인수판을 키우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