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농협은행 등 사업 확대
미래먹거리 확보·수익성 강화 목적
“규제 풀고, 겸업 점진적 허용해야”
시중은행들이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55조원 규모의 가상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가상자산 활성화 공약을 내건 만큼, 가상자산 시장 진출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전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응 파일럿 시스템’ 구축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한은의 CBDC 발행에 선제 대응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CBDC 도입 시 유통·결제 기능 수행은 물론 전자지갑 서비스도 준비할 예정이다. 현재 농협은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업체 ‘카르도’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가상자산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신한금융은 신한캐피탈을 통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2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빗 지분 인수가 이뤄지면 신한금융의 암호화폐, 블록체인 사업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코빗이 지분을 보유한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인 KDAC에 투자한 바 있다. 앞서 2018년부터 코빗과 계약을 맺고 가상자산 거래 실명계좌를 발급해오고 있다.
KB금융지주도 지난 2월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에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블록체인 기업 해시드와 함께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국민은행은 KODA를 디지털자산 시장 은행으로 성장시켜 실물 기반 디지털자산 뿐만 아니라 NFT(대체 불가능 토큰), 전자지갑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7월 코인플러그와 손잡고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설립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자산 시장에 아직 진출하지는 않았으나, 관련 기술 검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포스텍과 함께 한국은행의 CBDC 기술검증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2020년에는 포스텍과 테크핀 산학협력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은행권이 디지털자산 진출의 고삐를 죄는 것은 수익성 강화 때문이다. 비대면 금융으로 기존 은행 업무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는데,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8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 3조7000억원대, 영업이익 3조2000억원대를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000%, 영업이익은 3600% 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주요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영업이익률만 무려 88% 수준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암호화폐가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고, 현행 은행법으로는 가상자산 사업을 직접 할 수 없어 수탁업체 설립 등 간접 진출로 신사업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이 가상자산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금융권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 점점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은행권은 새 정부에 금융정책 수행의 자율성 보장과 함께 가상자산 서비스 시장 진출을 허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인수위 제출용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은행법상 은행의 겸업 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은 제약 없이 금융업을 하고 있는데, 은행은 반대로 비금융 서비스 진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중첩된 과제의 해결방안’ 세미나에서 “가상자산 관련 간접투자제도를 정비해 사업을 기능별로 분류하고, 기존 금융기관의 경영을 점진적으로 허용해 시장 논리에 기반한 자율적인 상장관리 및 자정적인 평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시장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해 거래규모와 수준에 맞게 시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거래자의 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