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잔액 710조, 2개월째 ↑
우리・SC제일・토뱅, 특판 상품 인기
올해 국내 은행의 대기성 자금이 지난해보다 15조원 이상 늘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갈 곳 없는 돈이 더 증가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기준 요구불예금은 710조6651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3230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1월 684조6822억원, 2월 701조3421억원, 지난달 710조6651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3개월 동안 15조4201억원의 대기성 자금이 모인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원할 때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당좌 예금, 보통 예금 등이 있다.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기 적금이나 예금보다 금리가 낮다.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금리 수준은 0.3% 안팎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 부담이 낮은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은행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다만 언제든 나갈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으면 예대율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며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창립 123주년을 기념해 ‘우리고객님 고맙습니다 예금’을 내놓았는데, 이 상품은 판매 10일 만에 한도 잔액 1조3000만원이 소진됐다. 기본금리 연 1.63%에 우대금리 0.40%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2.03%를 제공한다. 전북은행에서 지난 2월 출시한 ‘어흥 호랑이 정기예금(1년, 최고 금리 2.4%)’도 한 달 만에 다 팔렸다.
SC제일은행은 다음달 31일까지 수시입출금 통장인 ‘SC제일마이시그니처통장’에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에게 연 최고 1.7%의 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인터넷은행들은 기업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 상품을 늘리며, 예대율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토스뱅크가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 ‘토스뱅크통장’은 지난달 말 기준 235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지난달 16일부터는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지금 이자 받기’ 기능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은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1.25%에서 1.75~2.00%로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하면 대출금리도 더 오르고 이는 여신보다 요구불 예금을 포함한 수신 잔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한편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 기준 703조1937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7436억원 감소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로 감소폭도 2월(1조7522억원)보다 더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