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안정증권 발행 이자・유가증권매매손 줄어
법인세도 사상 최고...달러비중 68.3% 소폭 확대
지난해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이 7조8000억원대를 기록하며 또 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화자산운용이자 등 총수익은 감소했으나, 2020년 저금리 기조가 시간차 반영되며 통화안정증권 발행 이자 등 총비용이 상당 수준 줄어든 덕택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 납부규모도 2조8776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세후)은 7조8638억원으로 전년(7조3659억원) 대비 4980억원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1950년 설립돼 연차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사상최대 순익 달성은 수익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줄어들어서 가능했다. 기업으로 치면 ‘불황형 흑자’ 상황이다. 총수익(19조832억원)에서는 외환자산운용이자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7822억원 줄었다. 항목별로는 유가증권이자(-4963억원), 외환매매익(-3281억원)이 같은기간 감소했다. 유가증권이자는 2020년 채권 금리가 하락하며 이에 따른 이자 수입이 지난해 반영되며, 적용된 이자율도 낮아지고 수입이 줄어들었다. 외환매매익 감소는 2020년 코로나19 발발때 환율이 급등했는데, 지난해에는 환율이 다소 하락하며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반면 총비용(8조3418억원)은 같은 기간 1조3346억원 감소했다. 대부분은 영업비용으로 통화안정증권이자와 유가증권매매손이 확 줄었다. 한은 예산회계팀 관계자는 “2020년 ‘제로금리’때 발행됐던 통화안정증권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확대되며, 이자 수익과 발행 이자비용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의 경우 같은기간 매매익(10조2567억원) 3589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매매손(2조7674억원)에서 6조53억원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자산시장이 2020년보다 회복되면서, 해당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외환자산 중 미국 달러 비중은 68.3%로 전년 대비 0.6%p 소폭 올랐다. 달러 비중은 2019년 3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1년만에 증가세로 다시 전환됐다. 한은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 미 연준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 강화 등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미 달러화 비중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상품별 비중은 정부채 44.9%, 정부기관채 14.1%, 회사채 12.9%, 자산유동화채 10.8%, 주식 10.4% 등으로 나타났다. 기업실적 호조, 견조한 경제지표 등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을 반영해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
한은은 한은법에 따라 7조원이 훌쩍 넘는 당기순이익의 30%인 2조3592억원을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했다. 또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출연 목적으로 266억 원을 임의적립금으로 분류했으며, 나머지 5조4781억원은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했다. 당기순익 처분후 한은의 적립금 잔액은 19조374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