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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여성 서사 뮤지컬 뜬다…뮤지컬 흥행 공식 깬 언니들


입력 2022.03.31 09:17 수정 2022.03.31 09:1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여성 4인극 '프리다' '리지' 등 인기

뮤지컬계에선 공공연히 언급되는 흥행 공식이 있다. 예컨대 대형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아이돌 멤버를 캐스팅하거나, 김준수·박은태 등 티켓파워를 가진 ‘남성 주연’을 내세우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흥행 공식을 과감히 깨버린 뮤지컬들이 다수 무대에 오르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쇼노트

세계 여성의 날이 있는 3월, 여자주인공들을 내세워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달 1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프리다’, 24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한 ‘리지’는 오로지 여성 4인으로만 무대를 채운다. 실존 인물과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먼저 ‘프리다’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생애를 무대에 올린다. 그간 대극장 뮤지컬을 다수 올리며 흥행시켜온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극장 공연이다.


작품은 소아마비를 앓고 의사를 꿈꿨으나, 교통사고를 당하고 서른 번이 넘는 수술을 받는 등 평생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프리다의 생애를 마냥 비극으로만 담아내지 않는다. 불굴의 의지로 그림을 그리고, 혁명과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된 프리다는 강렬한 록 음악과 아름다운 색이 입혀진 채 무대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프리다 역의 최정원과 김소향은 100분 동안 쉬지 않고 무대를 누빈다. 또 레플레하 역에 전수미·리사, 데스티노 역에 임정희·정영아, 메모리아 역에 최서연·허혜진·황우림은 일인 다역으로 무대를 오가며 극을 풍성하게 꾸며준다. 원로 배우 박정자가 목소리 출연을 기부했다.


정식 공연 이전에 이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당시 초연작 중 가장 빼어난 작품에 주는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초청공연에선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해 화제가 됐다.


‘리지’ 역시 이미 2020년 초연 당시 여성 4인조 록 뮤지컬로 주목을 받고 관객 평점 9.6으로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까지 받은 수작으로 평가된다.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 ‘리지’에는 전성민·유리아·이소정(리지 보든 역), 김려원·여은(엠마 보든 역), 제이민·김수연·유연정(엘리스 러셀 역), 이영미·최현선(브리짓 설리번 역)이 출연한다.


작품은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일어난 ‘리지 보든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딸을 학대해온 아버지와 이를 방관한 계모가 잔인하게 살해된 실제 사건으로, 뮤지컬은 살해 혐의로 재판장에 서는 리지 보든과 그녀의 언니 엠마, 친구 앨리스, 가정부 브리짓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초연 당시 서사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차별과 억압, 관습을 깨려는 여성들의 몸부림을 강렬한 음악과 춤으로 표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성 4인으로만 구성된 두 작품이 기대작, 흥행작으로 언급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작품이 가진 힘의 정석을 보여주면서다. 무대 완성도가 높은데다가 최근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꼭 필요한 여성 서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행의 이유다.


그렇다고 이 작품들이 단순히 젠더 이슈만을 건드리고, 쇼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여성 배우들을 내세웠을 뿐 인간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그 이야기를 여성의 시점으로 영리하게 풀어낸다. 또 배우들의 끼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이 연기하는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티켓 판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31일 기준 ‘프리다’의 여성 관객 비율은 86.9%, ‘리지’는 90.8%다. 한 공연 관계자는 “현재의 여성 관객들이 긴 세월을 거쳐온 여성들이 겪은 폭력과 억압에 공감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에너지로부터 위로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서사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앞으로도 여성의 삶을 다룬 무대가 트렌드처럼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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