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4대 금융그룹 충당금 축소에…외부 감사도 '정조준'


입력 2022.03.31 06:00 수정 2022.03.30 10:5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1년 만에 적립액 1조 가까이 줄어

회계법인 모두 핵심감사 대상 지목

국내 4대 은행 본점 전경.ⓒ데일리안

국내 4대 금융그룹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연간 충당금 규모가 1년 새 1조원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충당금 적립 과정을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일제히 현미경을 들이대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의 질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금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정책에 따른 리스크도 누적되고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의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3조32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8389억원 감소한 규모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신한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974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9.5% 감소했다. 우리금융 역시 5575억원, 하나금융도 5332억원으로 각각 29.7%와 38.8%씩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줄었다. 조사 대상 금융그룹 중에서는 KB금융만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을 1조1851억원으로 13.6% 늘렸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4대 금융그룹에 대한 외부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들이 하나 같이 핵심감사 대상으로 충당금을 선정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시행된 핵심감사제에 따라 외부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은 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가장 조심히 살펴야 한다고 판단한 내용을 감사보고서 앞면에 작성해야 한다.


금융그룹의 감사를 수행한 회계법인들은 충당금 측정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받은 자산의 가치가 과대 혹은 과소평가돼 신용손실충당금이 왜곡될 위험을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 경영진의 판단과 그에 따른 오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피해에 따라 원금 상환과 이자가 유예된 대출의 신용위험에 대해 부도율을 적용하면서 주요 가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는 재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4대 금융그룹 신용손실충당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회계법인들은 신용손실충당금 결정에 활용한 외부 평가 전문가의 업무를 포함해 미래에 회수 가능한 현금흐름의 추정과 관련된 통제 등을 살폈다고 강조했다. 여신의 미래 전망을 반영한 부도율과 부도 시 손실률을 다시 계산하기도 했다.


이처럼 회계법인이 금융사의 충당금을 신중하게 살피고 있는 것은 그 만큼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대출에 잠재된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충당금 확대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신용위험이 높은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과 코로나19 취약업종 대출에 8760억원의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은행별로 충당금 산출 방법의 차이가 크고 대내외 경제상황 감안 시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치 않다고 염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기준 상 허용 범위 내에서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지도하고,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기자본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