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소속 전남지사 후보 4명 거론
尹 인수위, '광주 쇼핑몰 검토' 시작
기초·광역의원 출사표 기대감도↑
"유의미한 활동…선순환 만들어야"
국민의힘이 호남 공략을 지속하면서 정치 지형 변화를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한 광주·전라 지역 국민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민심을 획득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윤석열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보수 후보 가운데 역대 최다 득표에 성공한 만큼 국민의힘이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서도 호남 득표율을 높여 지역 구도를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중효 국민의힘 전남 영암·무안·신안군 당협위원장은 지난 16일 6·1 지방선거 전남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전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혀왔던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도 출마 선언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전남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천하람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당협위원장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또 전남 순천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도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전남지사 후보 선출을 위해 당내 경선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전남도지사 후보조차 내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벌써부터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는 셈이다.
보수표심이 약한 전남지역에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 후보가 거론되는 건 지난 대선 때부터 지속된 호남공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5번이나 호남을 찾아 공식선거운동을 펼쳤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광주만 한 차례 방문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전남과 광주에서 각각 11.44%, 12.7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 후보 가운데선 가장 큰 득표율이다. 높은 득표율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로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취임식 준비위원장과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각각 광주와 광주·전남에서 4선을 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인수위와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할 계획이다. 인수위 내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쇼핑몰을 유치할 기업에 제공할 세제 혜택, 규제 해소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 같은 호남 챙기기에는 이준석 대표의 노력도 반영됐다. 대선 운동 과정에서 7차례나 호남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던 이 대표는 윤 당선인의 승리 직후인 지난 10일에도 광주를 찾아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이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대표는 "오늘 나주, 광주 조선대, 전주 일정 순연돼서 죄송하다. 꼭 늦지 않은 미래에 나주와 전주, 그 외의 많은 지역에서도 감사인사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자가격리 해제 이후인 지난 22일 재차 광주를 찾아 감사인사를 진행했다. 광주에 위치한 조선대학교를 찾은 이 대표는 "광주의 좋은 대학교들에서 대학 재학 중이거나 갓 졸업한 우리 당원 중 출마하고 싶다면 기초의원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활약했던 청년보좌역 가운데 호남권 광역 의원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청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호남 출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낙선하더라도 호남 지방선거 후보를 내기 위한 경선을 실시했단 자체만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호남을 비주력 지역으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경선과 본선의 과정을 거치면 전국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단 실리와 명분을 함께 챙길 수 있어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물론 호남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정 수준의 여론만 얻어도 전국적인 여론을 끌어낼 수 있는 만큼 그 의미는 충분하다"며 "또 영남과 호남 양대 산맥으로 구조화 된 우리 정치의 구도와 프레임을 허물기 위한 시도자체의 의미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힘의 호남 확대는 당위적인 면과 실리적인 면에서도 모두 좋은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당선이 못 돼도 재차 출마할 역량을 쌓고, 원외위원장들도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통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다시 출마를 하는 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