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에 이사회 변화
'금융불안 대응' 경영진 안정화
국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한 가운데 보험업계도 본격적인 주총에 돌입한다. 올해 보험사 주총에서는 사외이사와 최고경영자(CEO)가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달라진 자본시장법에 따라 새로운 여성 사외이사가 대거 등장하면서 이사회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계속되는 금융시장의 불안 속 경영 안정화 차원에서 기존 CEO들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17일 삼성생명, 18일 삼성화재·한화손해보험을 시작으로 보험사 주총이 잇따라 진행된다. 특히 24일 한화생명·메리츠화재와 25일 미래에셋생명·현대해상·DB손해보험·흥국화재 등 이틀 간 주총이 집중될 예정이다. 이어 29일 흥국생명과 30일 교보생명, 31일 동양생명 등을 끝으로 올해 보험사 주총은 마무리된다.
이번 보험사 주총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신규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이다. 올해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이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주총의 포문을 연 삼성생명은 허경옥 성신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를 사외이사에 새로 선임했다. 허 교수는 조배숙 전 사외이사에 이어 삼성생명 이사회 중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다.
삼성화재 역시 박성연 이화여대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미래에셋생명과 DB손해보험은 각각 기존 여성 사외이사인 김학자 변호사와 문정숙 숙명여자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CEO의 연임을 확정짓는 보험사 주총도 이어진다. 일찌감치 주총을 개최한 한화손보는 강성수 사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적자에 빠져 있던 회사 실적을 흑자로 돌려세우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한 강 사장의 성과를 인정했다는 평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재상·김재식 2인 대표의 투톱 체제를 본격화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변 대표를 재선임하고 김재식 대표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변 대표는 영업총괄을, 김 대표는 관리총괄을 맡게 된다.
현대해상은 주총에서 정몽윤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정 회장은 2001년부터 현대해상 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이번 주총을 통해 새로운 CEO를 맞이한다. 흥국생명은 임형준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흥국화재는 임규준 전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동양생명은 앞서 지난 달 열린 임시 주총에서 저우 궈단 신임 대표이사의 선임을 확정해 둔 상태다. 정기 주총에서는 진슈펭 사내이사의 재선임 안건만 다룬다.
이밖에 한화생명은 주총에서 황영기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김세직 서울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는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맞이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보험사 경영진에 이렇다 할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