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3년여 만에 금리 0.25%p ↑
향후 최대 6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 겹쳐 국내 경제 충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함에 따라 우리 경제도 경고음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 전쟁 등 대내외 악재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된다.
연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0.25%p 인상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을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유지해 온 ‘제로 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다.
미국의 이번 금리 인상은 폭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이 강하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7.9%나 올라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앞으로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게다가 FOMC 위원들은 앞으로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서 연말 적정 기준금리를 1.9%로 전망했다. 실제 1.9% 도달하려면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마다 0.25%p씩 인상해야 한다.
오는 5월에는 양적 긴축도 예고된 상태다. 양적 긴축을 금리를 높여 시장에 추가로 돈이 풀리는 걸 막는 차원이 아니라 이미 시장에 깔린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미다. 연준은 그동안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시장에서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 등을 매입하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본격화하면서 우리 경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은 세계 경기를 부양하는 기능을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투자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 환율 급등과 같은 금융시장 혼란까지 우려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끝없이 치솟는 상황에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기업들은 원가 부담 압박에 직면해 있다. 100달러 이상 고유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수익 악화의 이중고를 마주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매출의 53%가 재료비다. 주요 서비스 업종의 재료비 비중 또한 30% 전후인 만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등 대내외 요인으로 물가상승률이 5개월째 3%대를 계속하는 상황에 국제유가 상승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100달러로 오르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정부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예측 가능했던 만큼 우리 경제가 받을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연준 결정이 당초 예상에 부합한 수준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 기대 등도 반영됨에 따라 간밤 국제금융시장은 주가 상승, 금리 상승, 달러화 약세 등을 시현하며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제금융시장이 이번 FOMC 결과와 러시아 디폴트 관련 소식을 큰 무리 없이 소화한 점과 과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당시의 경험,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의 여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시장이 받을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하는 등 대외 상황이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기재부도 세계적인 유동성 불안 발생 가능성은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이 차관은 “세계적 달러 유동성 불안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국내 외화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코로나 위기 때부터 완화해 운용해 온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최소 2분기까지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 위험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위험 관리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 차관은 “가계부채 경우 신용대출 분할상환 유도 등 거시 건전성 차원 관리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안정세가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관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영업자 부채는 만기연장·상환유예와 연계해 마련한 거치기간·분할상환 지원 확대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차주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방안 등을 마련해 부실위험을 축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