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담론 시대 저물고 생활정치 시대"
"정치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 번민"
"부산시장 불출마, 정치인 생활 청산"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이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 이상 걷고 싶지는 않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기간 내내 제가 정치 일선에서 계속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번민의 시간을 가졌다. 저를 정치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거대 담론의 시대가 저물고 생활정치의 시대가 왔다면 나는 거기에 적합한 정치인인가를 자문자답 해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며 "국민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고 일상의 행복이다. 그걸 더 잘해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그렇지 못한 집권당에게 응징투표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저는 2011년에 부산으로 귀향해서 일당 독점의 정치풍토 개혁과 추락하는 부산의 부활에 목표를 두고 노력해왔다. 부산의 변화가 전국의 변화를 견인한다고 믿었다"며 "그 목표는 절반쯤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이긴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힘 후보라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방심은 곤란한 지역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어떤 자리를 목표로 정치를 하고 선거에 나서본 적은 없다. 제가 나라를 위해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그 일에 도전해왔을 뿐"이라며 "작년 보궐선거에서는 오거돈 전 시장이 저질러놓은 사고의 수습과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제가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의 기회로 삼고자 한 것도 출전의 중요한 동기였다. 그런 목표들은 이루어졌다"고 회고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저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근본적으로 저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고뇌 때문"이라며 "다른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했다.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정치를 해온 개인의 문제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다"고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이제 정치인의 생활을 청산하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라는 단순한 경구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1962년 생인 김 전 사무총장은 80년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계파인 '상도동계'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문민정부 때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일했다. 2000년 16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2003년 김부겸 현 국무총리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동참했었다. 이후 17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쳐 33대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