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 /2020)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한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7년 의대를 다니던 카산드라 토마스(캐리 멀리건 분)는 가장 친한 친구 니나가 남학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에 충격을 받고 학교를 관둔 후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이후 카산드라는 커피숍에서 일하면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성범죄’에 대해 수치스럽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러던 중 과거 의대 동기가 커피숍에 찾아오면서 카산드라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비극적 사건을 당한 친구를 위해 완벽하고 치밀한 복수를 실행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 카산드라는 자신을 희생해 복수를 완성한다. (줄거리)
유명준 : 지난해 개봉 당시 관객 숫자가 현재 네이버에 나와 있는 게 맞나요? 영화 퀄리티나 수상 내역에 비해서 8696명이라면. 홍보 마케팅의 문제일까요. 코로나19 영향이라고밖에 해석이 안 되는. ^^
홍종선 : 그러게. 저도 ‘깜놀’. 딱 10년 전 배우 장영남 주연의 복수극, ‘공정사회’ 때도 배우 연기나 영화 완성도에 비해 흥행이 좋지 않았어요. 자식을 위한 것이든 친구를 위한 것이든 ‘여자의 복수는 티켓 파워가 없는 것일까’라고 생각하는 건 과한 해석이겠죠. ^^;;
류지윤 : 그래도 제 주변에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 중에선 본 친구가 더러 있더라고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 같은 느낌.
유명준 : ‘공정사회’ 때도 느꼈는데, 제목과 포스터가 확 와 닿지 않았어요.
홍종선 : 이번 포스터와 제목도 너무 직접적이에요, 제목이 어렵기도 하지만. 포스터에 ‘복수’, ‘약속’ 떡 하니 써 있으니.
유명준 : 맞아요. 한국에서 통할 제목이 아닌 듯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감정이 확실히 많이 다를 것 같더라고요. 두 분은?
홍종선 : 유 부장 먼저 얘기해 줘 봐요. 이 영화를 기준으로 보면 마이너 관객이니 먼저.
유명준 : 전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통용되는 내용이라고 봐요. 버닝썬이나 흔한 한국 클럽 분위기도 생각나고. 과거 고대 의대생이었나요? 앞길이 창창한 남자들이 실수 한번 했다고 그 길을 막으려 드느냐는 등의 사례들도 떠올랐고요. 게다가 제 기억으로는 저런 류의 소재가 과거 한국에서 드라마 아이템으로도 많이 사용된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홍종선 : 네, 한 번이 아니었던 의대생 사건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100년이 되어 갈 듯한 프레임,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에게 성폭행 사건의 원인을 돌리는 프레임이나 행실 운운도 그대로고요. 피해자는 숨어야 하고 가해자는 활개치는 상황도 똑같고요. 모든 성범죄에서 그렇듯, 피해자가 여자든 남자든.
유명준 : 그렇죠. 옛날에 ‘지켜야 할 정조’라는 말이 나온 판결도 있었잖아요. 한국 남자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사실 많이들 뜨끔함과 동시에 어쩔 줄 몰라 할 것 같더라고요.
홍종선 : ‘젊은이’ 지윤은 어땠는지.
류지윤 : 저는 성폭행 사건이었지만 “우리 모두 어릴 때잖아” 이 말이 반복되면서 어릴 적 범죄나 학교폭력 등을 바라보는 달라진 시간이나 고정관념, 이런 것들이 생각났어요. 어릴 때 한때의 장난으로 치부하려고 하는 게 그리고 피해자가 여자면서 특히 취한 여자일 때는 여전히 피해자에서 제외되는 시선들이 좀 안타깝더라고요.
유명준 : 10대 때 저지른 범죄가 커서는 종종 ‘아무것도 아닌 일’로 되거나, 미화되기까지 하지. 거기에 “그 시대는 누구나 그랬어” 혹은 “그때는 이런 분위기였어”가 더해지면 더더욱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곤 하지.
홍종선 : 맞아, 그 말이 정말 너무 신경을 건드리죠. 우린 그때 어렸어, 난 그때 너무 어렸어. 무엇을 하기에 어렸다는 걸까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기엔 충분히 나이 들었고, 단지 책임을 지기엔 어렸다는…, 책임 회피용 말이잖아요. 나이뿐 아니라 시대 의식, 시대적 평균으로 들이밀며 책임을 면하려는 태도도 있죠. 그리고 또하나 화났던 말이 있는데.
유명준 : 한국 사회로 돌아와 보면 그 말은 애들보다도 부모들이 먼저 던지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애가 아직 어려서” “어린 애가 뭘 안다고” 등. 그런데 화났던 말이 어떤?
홍종선 : 니나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촬영한 조가 성폭행 주도한 알에게 몇 번이고 하는 말. “네 잘못이 아니야”.
유명준 : 그 카산드라 죽이고 난 후 말하는 거죠?
홍종선 : 이건 피해자 니나에게 우리가, 친구들이 해줬어야 하는 말인데. 니나는 “그러니까 왜 그렇게 취했니” “평소 행실이 발랐어야지”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고. 가해자는 “네 잘못이 아냐”를 듣고. 죽이고 나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 그 전에도 했어요. 그런데 이 영화, 이런 메시지 말고 다른 측면은 어땠어요?
류지윤 : 뭔가 잔혹동화 같다고 해야 할까요.
홍종선 : 잔혹하지. 성폭행 당한 니나 잘못이고, 당할 만했다고 받아들이지 않고 복수에 나선 카산드라의 잘못이라고 말하죠.
유명준 : 잔혹동화라.
류지윤 : 하이틴스럽고 핑크핑크 하고 키치한 소품이나 배경이 정말 핑크빛 복수…, 여전히 니나와 함께했던 그 시절 감성에 머무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배경이나 소품에서 캐리의 취향보다는 서른 살 여자가 과거에서 아직 못 자란? 머무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홍종선 : 그 학장도 그렇고, 그 동창 여자도 그렇고 ‘본인 일’이 돼야 관점이 달라지죠, 그 전까지는 가해자 관점. 이래서 프레임이 무서워요. 정조 프레임. 지윤 말대로 배경과 소품, OST도 밝죠. 에머랄드 펜넬 감독의 의도일 텐데요. 그 핑크빛 동화 같은 세상 한편에서 잔혹 동화가 동시에 펼쳐지는 곳이 세상이라는 뜻일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두 대조 효과가 커서 잔혹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드라마 ‘소년심판’에 나오는 대사인데. 어린 시절 폭력을 경험한 아이는 스무 살이 돼도, 서른 살이 돼도 그 나이에 머물러 있대요. 카산드라는 여전히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 일생의 친구를 잃은 그때에 머물러 있는 거죠.
유명준 : 그래서 그 카산드라의 아버지가 자신들도 니나를 그리워한다고 말한 후에 “우리는 너도 그리워했다”라고 말한 거겠죠. 여전히 자라지 못한 (사건이 일어난 그 때에 머무는) 딸이기에.
홍종선 : 그 대사 너무 가슴 아팠어요. 우리도 너를 그리워했다, 그 해맑게 웃던 그 시절의 그 딸을 (그리워했다). 그 성폭행 사건은 니나뿐 아니라 카산드라의 삶도 빼앗아간 거죠.
유명준 : 카산드라의 부모도, 니나의 엄마도 계속 카산드라에게 “너의 삶을 살아라”라고 말하지만 쉽지 않은 거죠.
홍종선 : 니나의 엄마를 보며…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류지윤 : 무슨 범죄든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도 피해자의 고통은 끝난 게 아니라는 게.
유명준 : 어찌되었든 피해자의 기억에는 남아있으니. 옛날부터 때린 놈은 발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못 잔다는 말까지 있지.
유명준 : 감독이 ost도 굉장히 신경 썼더라고요. 익숙한 곡들인데, 특히 알의 ‘총각 파티’ 때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톡식’(Toxic)을 그렇게 현악 형태로 변주해서.
류지윤 : 네, 저도 그 곡이 ‘딱이다’ 싶었어요.
유명준 : 마지막에 라이언에게 문자 보낼 때는 쥬시 뉴튼(Juice Newton)의 ‘엔젤 오브 더 모닝’(Angel of the Morning)을 넣고. 특히 ‘톡식’은 정말 기괴할 정도의 느낌을 줬는데, 카산드라의 심정을 잘 대변한다는.
홍종선 : 음악 진짜 대단!! 너무 잘 대변하고. 또 통쾌한 결말을 예고하게 하며 우리의 허를 찔렀죠. ^^ 그토록 대단한 결말이 기다릴 줄이야. 결말 얘기 잠시 뒤에 하고. 아까 내가 말한 질문. 니나 엄마의 관점. 가능할까요?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보면 고현정이 연기한 정희주의 동생 선우(신동욱 분)가 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후에, 그 친구 엄마(강애심 배우, 너무 무서웠음)가 선우를 단 한 순간도 웃을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옭매어 숨통 막히게 하잖아요. 내 자식은 죽었는데 넌 적어도 살아 있다는 것을 빌미 삼아 끔찍한 복수를 한단 말이에요. 사실 이게 보통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ㅠㅠ 그런데 니나 엄마는 마치 양희은 언니처럼 “너의 삶을 살아라”. 진짜 어른으로 보였다고 할까. 그러면서 동시에 가능한 일인가. 그 심리적 배경은 뭘까요?
류지윤 : 저는 감히 상상도 안 되는데. 저도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한평생 저주하면서 살 것 같은데.
유명준 : 전 사실 그 부분은 다른 생각이. “너 때문에 죽었어”와 “네가 살릴 수도 있었는데”는 다른 느낌인데, 전 카산드라 입장이 후자라고 생각했거든요. 전자라면 모를까, 니나의 엄마가 카산드라에게 악의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종선 : 아, 전자와 후자는 진짜 다르네. 내 자식 중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 알라고 말하지만. 이건 흔히 피해자 부모가 가해자에게 하는 말이니. 카산드라는 가해자가 아니지! 이봐 우리가 자꾸 피해자에게 반성을 강요하는 사회다 보니까, 아 진짜 카산드라가 뭘 잘못했나. 저도 잠시 깜빡함 .
유명준 : 그렇죠. 파티에 같이 가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카산드라가 괴로워하는데. 그 때문에 학교를 관두고. 전 오히려 니나의 엄마가 카산드라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는데요.
홍종선 : 그러게. 카산드라뿐 아니라 같은 부모 입장에서 카산드라 부모에게도 미안할 수도. 저는 니나 엄마의 고통이 말도 할 수 없이 깊을 것 같은데 어찌 남을 배려하나, 저게 가능한가만 생각했네요.
유명준 : 어쩌면 이런 상황은 그럴 수도요. 카산드라가 계속 학교를 다니고 현재 의사가 되어있다면, 정말 카산드라를 보기 싫어할 수도요. 미워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보기 싫은.
류지윤 : 저라면 이럴(보기 싫어할) 듯. 아무래도 이게 최선.
홍종선 : 나도요, 부끄럽지만. 그런데 캐리 멀리건은 어땠어요?
유명준 : 캐리 멀리건. 이 원래 이전에 굉장히 귀여운 연기를 많이 하지 않았나요? 사실 그 느낌 때문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더 섬뜩했어요. 영화 초반 술 취한 연기하다가 갑자기 돌변해 남자들을 쳐다보는 모습이.
홍종선 : 생기기도 귀엽게 생겼고. 저는 12년 전. 영화 ‘언 에듀케이션’(An Education)을 보고 정말 홀딱 반해 버린 배우. 완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모범생이던 그가 한 어른남자를 만나 새로운 세계, 탈선에 중독되어 가는 모습을 기막히게 연기. 그래서 이번 돌변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오랜만에 ‘언 에듀케이션’ 느낌이 돌아온 것 같아서요.
유명준 : ‘언 에듀케이션’ 때 보다는 확실히 이제는 관록이 보이는. ^^
홍종선 : 연기 관록도 보이고,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있고. 그런 모습이 보기 좋은.
류지윤 : 전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말고는 딱히 캐리의 작품을 본 게 없어서 이번 작품이 캐리 멀리건에 낙인이 되었습니다. ^^
홍종선 : 진짜 캐리 멀리건 ‘하드 캐리’ 영화 아닌가. 다른 배우들은 못하지만 않으면 될 정도로 영화를 혼자 거뜬히 짊어지더라는. 이번에 캐리에게 각인됐구나, 우리 지운은. 나는 개인적으로 ‘개츠비’ 때 별로였어요. 잘 맞지 않는 옷 입은 느낌?
유명준 : 전 처음에는 포스터와 복수극 이야기 듣고는.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몬스터’(Monster)가 떠올랐어요. 혹 그런 류의 영화가 아닐까 했죠. 그런데 ‘몬스터’와 달리 사랑스러운 복수극 느낌? 그러면서 잔인한. 지윤이가 말한 잔혹동화 느낌의.
홍종선 : 아. ‘몬스터’. 샤를리즈 테론은 너무나 예상되는 복수의 화신. 이 결말이려면 너무 강한 배우. 이 결말은 어땠어요?
유명준 : 반전은 좋았지만, 씁쓸했죠.
홍종선 : 영화적으로 너무나 생각지 못한 반전에 보면서도 떨리고 보고나서도 계속 이 결말이어야 했나 생각했는데요.
류지윤 : 맞아요. 씁쓸. ‘데이비드 게일’(The Life Of David Gale)도 생각나고.
홍종선 : 영화적으로는 더 좋은 결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씁쓸. 동감.
유명준 : 그렇죠. 굳이 죽음까지 가야 했었나. 물론 그래서 더 반전이 컸고, 오래 기억이 남지만,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류지윤 : 죽을 때 이렇게? 진짜로? 하면서 앞으로 돌려봤어요. 그리고 ‘진짜 죽었구나’ 하고 다시 되감기.
유명준 : 오히려 학장이나 친구에게 했던 방법으로 계속 했다면 좀 더 편하게 엔딩을 맞이할 수는 있지만. 영화적으로 충격 강도가 낮았겠죠.
홍종선 : 감독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역효과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리적 힘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자의 복수는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힘든가. 특수강간, 불법촬영 및 배포만으로는 처벌 불가능하고 내가 죽어서 그를 살인범으로 만들어야 복수가 가능한가. 굉장히 무력화하는 느낌? 힘이 쪽 빠져요. 물론 사적 복수는 절대 안 되고 옹호할 생각도 없지만. 뭔가 결말이 영화적으로는 최고인데 현실적으로 힘 빠지게 하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유명준 : 영화는 좀 더 극단적으로 간 거죠, 다른 방법도 많을 테지만.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에서 보면 제일 나쁜 놈은 조. 라이언은 ‘쿨’한 척 하는 지질한 놈. 알은 순진한 척 하는 나쁜 놈.
홍종선 : 조가 제일 나쁜 놈. 분명 카산드라 이전에도 이후에도 비슷한 짓 제일 많이 했을 듯한 인물. (조 자신이 강간범일 때는) 알에게 카메라 들게 하고. “네 잘못이 아니야”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알은 딱 맞네, 순진한 척하는 나쁜 놈. 책임마저 남에게 미루는. 라이언의 카산드라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던 걸까. 마지막엔 궁지에 몰리니 카산드라에게 루저(실패자) 어쩌고저쩌고 말한 거고. 그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유명준 : 맞아요, 조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죠, 정당화 시키는. 이 영화를 남고에서 틀어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죠.
홍종선 : 아, 기발한 상상. 이거 중고등학생 교육용 필수 관람작이라는 관객평도 있더라고요.
유명준 : 부모들도 같이 봐야 하는 영화.
홍종선 : 맞아, 부모들도 봐야 하고 사실 누구나 봐야죠. 내 일이 되기 전에는 그저 편견으로 성폭행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은...>
홍종선 : 감정이입, 공감, 이해, 위로…. 모두 남의 일일 때 하는 말이다. 진실로 타인의 입장을, 고통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던 친구는 자기 일이 되고서야 학장은 딸의 일이 되니 생각과 관점이 바뀌었다. 세상의 많은 니나를 위해 카산드라가 될 용기가 없는, 부끄러운 나를 목격하게 하는 영화다.
류지윤 : 젊은 여성의 죽음을 둘러싼 방관과 편견이 2차 가해가 되는 과정이 현실적. 키치한 감성과 컬러풀한 색채, 다채로운 OST로 한껏 경쾌하게 그려졌지만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비극적인 결말까지 한 없이 무겁다.
유명준 : 시대를 잘 만났으면, 그리고 좀 더 홍보마케팅이 잘됐으면 한국 사회에 제법 큰 ‘문제’를 던졌을 법한 영화. 아니 어쩌면 일부러 고개를 돌렸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