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대비' 1년 새 5천억↑
금리 인상 본격화 역풍 우려
국내 생명보험회사가 영구채를 통해 수혈한 자금이 1년 새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5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만기가 없는 특성 덕에 빚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 장점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면서 관련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영구채 이자 청구서가 생보업계의 새로운 숙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총 4조68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4698억원 증가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상환 만기가 아예 없거나, 혹은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당초와 동일한 조건으로 상환을 무한정 미룰 수 있는 채권이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어 하이브리드 증권이라고도 불린다. 상환을 계속 미룰 수 있는 채권이란 특성을 담아 통상 영구채로 불린다.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한화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이 2조563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의 해당 금액이 각각 1조201억원과 588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동양생명(3446억원) ▲신한라이프생명(2995억원) ▲KDB생명(2129억원) ▲푸본현대생명(1000억원) ▲DB생명(697억원) 등이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생보업계의 영구채 확대 배경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IFRS17이 자리하고 있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과거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았던 생보사로서는 IFRS17 적용에 따른 압박이 불가피하다. 자본 확충을 위한 생보업계의 채권 발행이 계속되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메리트가 큰 채권이다. 만기가 보통 30년 이상인 초장기채인 만큼 전액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이자 부담 확대 조짐에 '압박감'
문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인한 압박이 다른 채권에 비해 훨씬 길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과거 생보업계의 주요 자본 확충 방안으로 활용돼 온 후순위채의 만기가 최장 10년인 것과 비교하면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세 배 이상 길다. 그 만큼 장기간 이자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현실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생보사의 압박감을 한층 키울 전망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지급해야 할 채권 이자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 각각 0.25%p씩 인상되면서 1%대를 회복했다. 이어 올해 1월에도 추가 인상이 단행되며 현재 기준금리는 1.25%까지 올라섰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올해도 두 차례 가량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IFRS17 대응을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생보사의 여건 상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측면 특성과 금리 인상 기조를 감안하면 과도한 발행은 오리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