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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파운드리 투자 경쟁…시장 구도 다변화되나


입력 2022.03.17 06:00 수정 2022.03.16 16:47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인텔, 10년간 109조 유럽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TSMC·삼성전자 기술·생산력 추격에 강한 의지

시장 점유율 큰 격차로 단기전 보다는 장기전 양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인텔 본사 앞에 있는 로고.(자료사진)ⓒ로이터/연합

인텔이 유럽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인텔이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광폭 투자 행보를 보이면서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TSMC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TSMC도 이미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반도체 수요 우위의 수급 불균형 지속으로 UMC와 글로벌파운드리 등 다른 상위업체들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향후 경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전망이다.


인텔은 15일(현지시간) 향후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을 위해 800억유로(약 109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이 발표한 투자 세부 계획으로는 170억유로(약 23조원)를 투자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아일랜드에 120억유로(약 16조4000억원)를 투입해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는 각각 연구개발(R&D)센터와 포장 및 조립시설을 각각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의 이번 투자는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 선언 이후 이뤄져 온 투자 행보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유럽으로 지역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이다.


회사는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한 뒤 지난해 4월에는 200억달러(약 23조9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월에도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이스라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타워 세미컨덕터를 54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이 이번에 투자 지역을 유럽으로 확대한 것는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 고객 확보를 통해 공급망 확대를 꾀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북미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략적 차원에서 유럽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국가들로서도 파운드리 1·2위 업체가 모두 아시아(타이완 TSMC·한국 삼성전자) 업체인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이 가능한 접근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 대응하고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 반도체칩법을 제정하고 반도체 부문에 공공과 민간에서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EU 회원국들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9%에 불과한 수준으로 오는 2030년까지 이를 2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여서 제조 시설 유치에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인텔을 매개로 한 유럽과 북미간 반도체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지에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삼성·TSMC 이어 UMC·글로벌파운드리도 적극 투자 행보

삼성전자도 투자의 적극성에서는 이에 못지 않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19년 4월 ‘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장기 플랜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해에는 시스템반도체 리더십 조기 확보를 위해 38조원을 추가로 증액해 오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이은 제 2 파운드리 공장을 텍사스 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하는 등 해외 생산라인 확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신규 파운드리 공장에는 총 170억달러(약 20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특히 5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는 TSMC와 치열한 기술력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극자외선(EUV·Extreme Ultra-Violet) 공정 적용을 통해 기술에서 한 발 앞서 나가는 동시에 생산력 증대를 통해 향후 물량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 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관련 “매출과 이익 모두 전년대비 성장했고 고객도 확대됐다”며 “생산 규모 확대와 평택 EUV 전용 생산 라인 가동 등을 통해 수요 강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에 차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GAA) 공정 양산으로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는 동시에 공정 안정화와 생산확대로 공급능력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며 “고성능컴퓨팅(HPC·High Performance Computing)과 인공지능(AI) 등 주요 성장 응용처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부동의 1위 기업인 타이완 TSMC도 지난 1월 진행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400억~440억 달러(약 47조5000억~52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지난해 300억달러(약 35조6000억원) 대비 약 33~47% 가량 늘어나는 규모다.


이러한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이들 3사만이 아니다.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3위인 타이완 UMC는 올해 전년대비 71% 증가한 30억달러(3조7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4위로 인텔이 지난해 여름 인수를 시도했던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155%) 늘어난 45억달러(5조6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어서 역대급 치열한 투자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급증세에 비해 공급물량이 달리는 상황이어서 파운드리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132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약 20% 성장할 전망이다.


파운드리 지속 성장...기술력 향상·고객 신뢰 구축 관건

매년 종합반도체 왕좌를 놓고 다투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는 상당한 수준이어서 이들의 경쟁은 장기전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타이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3%로 1위 TSMC(52.1%)와 30%포인트 넘는 큰 격차가 나는 2위다.


2021년 하반기 분기별 전 세계 파운드리업체 점유율 및 순위.ⓒ트렌드포스

삼성전자는 전 분기 대비 점유율이 1.1%포인트 상승한 반면 TSMC는 1%포인트 하락해 격차가 35.9%포인트에서 33.8%포인트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복귀를 선언하고 시장에 재진입한 인텔은 아예 10위권 내 순위가 없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사업이 첨단 미세 공정 기술력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 확보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삼성과 인텔의 추격은 단기간 내 이뤄질수 없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팹(Fab·공장)을 보유한 사업자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초미세공정 안정화를 통한 수율 확보 등 우수한 기술력뿐만 아니라 팹리스 기업들과의 굳건한 상호 신뢰 구축이 이뤄져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팹리스 기업들로부터 파운드리 물량 수주를 위해서는 미세공정과 패키징 등 기술력은 기본으로 여기에 더해 설계 기술에 대한 보안성에 대한 신뢰도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분간은 TSMC가 1강을 유지하면서 삼성전자와 인텔의 추격이 점진적이나마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특히 인텔의 경우, TSMC·삼성전자와의 기술력 격차를 얼마나 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첨단 미세 공정 기술력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에 크게 뒤져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초격차 기술 전략에 더한 고객 신뢰 강화 방안이, 인텔은 우선 첨단 미세 공정 기술력 향상이 가장 큰 관건”이라며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기술력과 생산력 모두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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