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보령·한독 후계자 경영 본격화
한미약품은 송영숙 회장 단독 체제… 삼남매 후계 경쟁 구도
제약업계의 오너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 유학을 마치고 회사에서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소 보수적으로 회사를 꾸려온 창업주와 달리 글로벌 진출 확대를 목표로 공격적인 경영을 할지 주목된다.
동화약품은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 부사장(38)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1984년생인 윤 부사장은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동화약품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5년 만인 2018년 상무로 승진했고, 2019년 3월 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리며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윤 부사장은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대원제약은 25일 열릴 주총에서 오너 3세인 백인환 마케팅본부장 전무(38)를 신규 사내 이사로 선임한다. 백 전무는 창업주 고 백부현 전 회장의 손자이자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1984년생인 백 전무는 미국 브랜다이스대를 졸업한 후 삼정KPMG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9년 마케팅본부 전무로 승진했다. 백 전무는 출시 당시 5억원에 불과했던 자사 제품 '콜대원' 매출액을 2021년 60억원대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꼽힌다.
한독도 오너 3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독은 이달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오너 3세인 김동한(38) 경영조정실 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김 이사는 창업주 고 김신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영진 회장의 장남이다. 김 이사는 아버지와 함께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제약그룹의 오너 3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37)는 최근 핵심 계열사인 보령제약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85년생인 김정균 사장은 보령제약 창업주 2세 김은선 회장의 장남이다. 김 사장은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부터 삼정KPMG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 1월 보령제약에 이사대우로 입사했다. 이후 2018년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업계에 오너 3세 4세 경영 바람이 불고 있는 것과 반대로 한미약품은 창업주 임성기 전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 단독 체제로 간다. 임성기 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이사회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임 대표가 물러나면서 공동대표 체제였던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장남인 임 대표는 버클리음대를 졸업하고 2000년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9년 한미약품 사장, 2010년에는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후계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송 회장이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삼남매가 모두 승계 시험대에 올라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율도 비슷하다. 장남 임종윤(7.88%), 장녀 임주현(8.82%), 차남 임종훈(8.41%) 등 오히려 장남이 지분 보유율이 가장 낮다. 임 대표의 지분은 지난해 8.94%로 가장 많았으나 최근 상속세 마련 등을 이유로 일부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시작된 제약회사들의 오너 3세, 4세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소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인 제약회사에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