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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회동, 4시간 앞두고 무산…신·구 권력 정면 충돌 양상


입력 2022.03.16 11:45 수정 2022.03.16 11:45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靑·인수위, 취소 이유 함구…"협의 계속 진행" 언급만

공기업·공공기관 인사 둘러싼 갈등 주요 원인으로 해석

민정수석실 폐지 등도 신경전 요인…취임까지 갈등 전망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독대' 오찬 회동이 일정을 4시간 앞두고 전격 무산됐다.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회동 무산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정권 교체기의 신·구 권력 간 충돌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을 4시간 앞둔 이날 오전 8시 서면 브리핑을 내고 "오늘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역시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오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상호 실무 차원에서 조율하면서 나온 결과라서 어느 한쪽이 (연기 요청을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낮 12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1년 9개월 만에 대면하는 데다, 지난 10일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엿새 만에 이뤄지는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컸다.


갑작스러운 회동 결렬에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지만, 청와대도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가에서는 회동 실무 협의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해 온 만큼, 이 과정에서 의제와 관련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양측은 전날 오후 의제와 관련한 막판 조율을 위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발표와 관련해서도 양측의 마찰이 있었다. 청와대와 인수위 측이 전날 동시에 일정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하루 앞서 보도가 되면서 양측은 보도와 관련한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의 최대 관심사는 윤 당선인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 여부였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당선인의 사면 건의를 통한 대통령의 결단 형식은 과거에도 있었고, 임기 말 '정치적 부담'을 털고 간다는 측면에서 문 대통령도 윤 당선인의 건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돼 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 측이 이 전 대통령 사면 건의 방침을 공식화한 건 말도 안되지 않겠느냐"며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가 회동 무산의 주된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총재 등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회동 무산의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 직후 청와대에 "문재인 정권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우리와 협의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도 전날 "현재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꼭 필요한 인사일 경우에는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업무 인수인계를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5월 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라며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인사권은 아직 문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민정수석실 폐지와 관련해서도 양측의 갈등이 노출됐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민정수석실이 '국민신상털기' 등을 해왔다며 폐지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청와대는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건 적절치 않다며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은 법령이 정한 업무에 충실한 소임을 다해 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혀 드린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신신·구 권력 간 충돌은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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