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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모두 손 뗐다…네이버-카카오 이사회 역할론 부상


입력 2022.03.16 06:00 수정 2022.03.16 00:01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김범수, 이해진 모두 '탈 이사회' 행보로 글로벌 집중

이사회 멤버도 절반 가량 교체하며 독립성 강화

대주주 입김 여전 우려도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왼쪽)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각 사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의장직 사임을 선언하면서 국내 대표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주 모두 ‘탈 이사회’ 행보를 걷게 됐다. 경영 전면에서는 물러나고 글로벌 공략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아울러 두 기업 모두 이달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최고경영자(CEO)와 사내이사 멤버들을 교체하며 이사회 중심으로 자율 경영 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이사회 역할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IT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은 최근 카카오 이사회에서 사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유지하며 카카오 공동체 미래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그가 ‘한게임’ 창업으로 다수의 경험을 보유했던 일본 시장에서 웹툰 계열사 ‘픽코마’를 거점으로 해외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력한다.


이와 같은 행보는 네이버가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 앞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2017년 해외 진출에 집중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데 이어 이듬해 등기이사직도 사임했다.


이후 이해진 GIO는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인 결과 네이버 관계사 ‘라인’은 일본 최대 메신저로 자리 잡았고 네이버웹툰은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일본 등에서 인기 글로벌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 1월 한 달 글로벌 활성 사용자 수는 8200만명을 돌파했다.


두 창업주 모두 경영 후선으로 후퇴하고 글로벌 사업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소유와 경영 분리 기조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아울러 올해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최고경영자와 더불어 사내이사도 모두 교체되면서 기업 지배구조 최상위인 이사회 절반이 물갈이 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카카오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홍은택 공동체얼라이먼트센터(CAC)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홍 센터장은 당초 사내이사 후보가 아니었지만 김범수 의장이 이사회에서 사임함에 따라 사내이사 공석이 발생하면서 이를 대신하게 됐다.


홍 센터장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을 졸업,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했다가 2015년 카카오 최고업무책임자, 2016년 카카오 소셜임팩트 총괄 수석부사장, 2017년 카카오메이커스 대표, 2018년 카카오커머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CAC센터장과 함께 카카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총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겸 CAC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들 임기는 모두 2년이다.


이로써 카카오 이사회는 새 사내이사 3명과 기존 사외이사인 ▲윤 석 윤앤코 대표 ▲최세정 고려대 교수 ▲조규진 서울대 교수 ▲박새롬 성신여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7명 중에서 김 의장의 후임으로 새로운 의장직이 선출된다.


네이버는 지난 14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하고 1981년생 최수연 대표를 신규 선임, 40대 젊은 리더십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아울러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이사회 내 두 자리 몫인 사내이사 모두 교체됐다. 또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 이사회는 ▲변대규 이사회 의장(기타비상무이사) ▲최수연 대표이사 ▲채선주 부사장(사내이사) ▲노혁준 사외이사 ▲정도진 사외이 ▲이인무 사외이사 ▲이건혁 사외이사 등 총 7인 체제로 복귀했다.


이사회는 기업 지배구조 정점이자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가진다. 특히 ESG 경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사회의 경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 모두 이사회에 주요 권한을 넘겨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율경영 체제를 정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창업자들의 의장직 사임과 이사회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창업자들의 '숨은' 입김이 여전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창업자 측근 멤버들을 중심을 이사회에 앉히면서 독립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실제 채선주 사내이사는 이해진 GIO의 복심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사내에서 채 사내이사 선임을 두고 반대 여론이 일기도 했다. 최수연 대표 역시 법률과 글로벌 사업 경험을 다수 보유했지만 이밖에 사업에 대해서는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 나온다. 이에 이해진 GIO의 입김이 여전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김범수 의장의 '복심'으로 꼽힌다. 이에 김 의장이 측근을 요직에 세우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홍은택 센터장 역시 2006년 NHN에 합류한 ‘옛 동지’이며,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김 의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이사회는 단순한 거수기가 아니라 소수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고 자율적인 기업 경영에 실질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만 네이버, 카카오는 창업 1세대가 현업이 있는 만큼 경영 전반에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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