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 시즌2 확정
넷플릭스가 새로운 도전으로 애니메이션마저 장악하며 무서운 기세를 드러내고 있다. '애니메이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애니어워드에서 TV/미디어 부문에서 각자 최고상을 가져갔다. 특히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최우상을 비롯해, 최우수 FX(포티셰 프로덕션), 캐릭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 감독상, 프로덕션 디자인, 스토리 보딩, 성우상, 각본상 등 노미네이트된 모든 부문에서 호명돼 9관왕에 올랐다.
그동안 '애니메이션 명가'라 불리며 군림하던 월트 디즈니를 꺾은 결과물이다. '아케인' 돌풍은 일찍부터 예상됐다. '아케인'은 지난 11월 4일 공개된 지 하루만에 넷플릭스의 'TOP TV 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46일 동안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독주를 끝낸 주인공이다.
롤 게임 트레일러 영상이 조회 수 1억 회, 게임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4억 회를 넘자,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아케인'은 게임 캐릭터와 세계관을 확장시켜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깊이 있게 만들어냈다는 평을 들었다. 여기에 제작, 음악, 더빙 등 최고의 제작진들로 꾸렸다. 특히 11곡으로 구성된 OST 아티스트는 록밴드 이매진 드래곤스, 패리스, 비밀러, 재즈민 설리번, 우드키드가 참여했으며 각 지역의 성우진을 롤 게임에서 동일한 캐릭터로 맡았던 인물을 섭외해 몰입도를 높였다. '아케인'의 목표는 단순히 팬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까지 사로잡기 위해 세계관 기획부터 제작까지 6년이란 시간을 투자했으며, 흥행과 함께 만듦새도 '1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냈다.
넷플릭스의 성과는 '아케인' 뿐 아니다. '미첼가족과 기계전쟁'은 장편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FX(소니 픽쳐스), 감독상, 프로덕션 디자인 등 8개 부문의 상을 가져갔으며, '마야와 3인의 용사'는 TV/미디어상(아동용),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가 제49회 애니어워드에서 축제를 맞은 같은 시간, 디즈니는 부진한 결과로 쓴맛을 봤다. 그동안 '겨울왕국',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 '모아나', '코코', '소울' 등 매년 최우수 작품상은 물론, 노미네이트된 부문에서 다관왕을 차지하며 명성을 지켰지만, 올해는 넷플릭스에게 영광을 넘겨야 했다.
디즈니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10개 부문, '루카'가 8개 부문에 올랐지만 무관에 머물렀다. '엔칸토'의 장편 OST, 캐릭터 애니메이션, 스토리 부문 3개 부문 수상, '왓 이프'의 최우수 편집상 등에 만족해야 했다.
넷플릭스는 2020년 '애니 페스티벌'을 개최 당시 “애니메이션 시장은 넷플릭스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으면서 곧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예능,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까지 오리지널 시리즈로 전 세계를 평정한 넷플릭스가 새로운 승부수로 애니메이션을 띄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디즈니와 애플 등 OTT 플랫폼이 세계화를 시도하는 단계에서 애니까지 오리지널 제작을 강화하며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넷플릭스가 애니메이션을 공략하는 배경으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세도 이유가 됐다.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2020년 230억 달러(약 26조)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360억 달러(약 44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니 페스티벌'에서 사쿠라이 다이키 애니 수석 프로듀서는 “넷플릭스는 단 4년 만에 전담팀을 구축해 전 세계 애니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새롭고도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있다. 수작업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에 테크놀로지를 융합하며 뛰어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선도 기업들과 함께함으로써,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더욱 다양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호언장담은 2년 만에 이뤄졌다.
물론 이번의 성과 만으로 넷플릭스가 '애니메이션의 최강자'는 월트 디즈니란 인식을 바꾸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1923년 만화 스튜디오 기업으로 출발해 영화와 만화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월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으며 등장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계에서 월트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도 모자라, 긴장시켰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