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업무로 직원들과 이메일 소통 꼽아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 등 조직문화 개편 당면 숙제로
"모든 목표점 글로벌 향해…새 브랜드 끊임없이 나올 것"
네이버가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를 마쳤다. 1981년생 40대 젊은 리더를 앞세워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축과 글로벌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낸다. 아울러 이사회 멤버도 절반 가량 교체하면서 경영진을 대대적으로 쇄신했다.
네이버는 14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하고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다양한 사업 영역들의 글로벌 비즈니스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사업 간 융합을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만들어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가치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최 대표는 1981년생으로, 2005년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NHN(옛 네이버) 홍보마케팅 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0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다 2019년 네이버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역임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최수연 대표 사내이사 추천 사유로 ”네이버 초창기 시절부터 쌓은 네이버의 기업 철학과 IT 플랫폼업에 대한 이해, 글로벌 확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비전에 대한 신뢰, 복합적인 이해관계의 조율 역량과 다양한 임직원과의 소통 능력을 보유했다"며"앞으로 네이버의 건강한 조직 문화 형성과 차세대 성장기로의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40대 젊은 대표로 세대교체…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 등 조직 쇄신 숙제
최수연 대표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조직 문화 개편이 꼽힌다.
그는 이날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진행할 업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계획"이라고 답하며 격의 없는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또 그는 당면 과제로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꼽았다. 최 대표는 이번주 내로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책을 발표하고, 조만간 조직개편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 대표가 최근 네이버에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5월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내부 조직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네이버는 경영진 교체를 통해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최 대표는 글로벌 M&A를 주도했던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확장에 주력해 신사업을 다수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주주총회 이후 배포한 인사 메시지를 통해 “네이버가 갖고 있는 모든 비즈니스는 시작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뒀을 뿐만 아니라 모든 목표점이 글로벌로 향해있다"며 "앞으로의 네이버는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5년, 10년 후 네이버 신사업도 발굴하겠다"며 장기적인 신사업 발굴 의지도 보였다.
이밖에 최수연 대표는 플랫폼 규제 강화 대응도 숙제로 안고 있다. 지난해 플랫폼 독점 이슈로 다수 정부 부처가 온라인 플랫폼 법안을 발의하는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된 바 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플랫폼 독점 문제와 관련해 '자율 규제'를 지향하면서, 새 정부의 플랫폼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이사회 사내이사 2인 최수연·채선주로 교체…경영 쇄신 속도
네이버는 이사회 멤버도 절반 가량 교체하며 경영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네이버 주주총회에서 최수연 대표와 함께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내 사내이사 몫인 두 자리는 모두 새롭게 교체됐다. 아울러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채 부사장은 네이버 창업 초창기인 2000년부터 회사 홍보 업무를 도맡았고 인재개발실장·최고소통책임자를 거쳐 인사·홍보·대관 등 경영지원 부서를 총괄했다. 이달부터 네이버의 대외 정책 수립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에 주력할 예정이다.
신규 선임된 노혁준 사외이사는 서울대학교 법학 박사, 서울지방법원남부지원판사 등을 역임한 법조계 인물로 선진적인 거버넌스 체계 수립을 위한 조언과 함께 안건 심의시 법리적인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로써 네이버 이사회 멤버 3명이 바뀌게 되면서 변대규 이사회 의장(기타비상무이사), 최수연 대표이사, 채선주 부사장(사내이사), 노혁준 사외이사, 정도진 사외이사, 이인무 사외이사, 이건혁 사외이사 등 총 7인 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채선주 부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네이버의 경영 쇄신이 '무늬'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채선주 부사장은 이해진 창업주의 측근이자 기존 C레벨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일부 네이버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