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폐지 공약한 여성가족부 외
기재부·청와대 등 조직 개편 관심
광화문 집무실·공수처 개편 주목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함에 따라 정부 조직 개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한 여성가족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축소 또는 확대에 부처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먼저 여성가족부는 위기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여러 차례 폐지를 공언한 만큼 출범 22년 만에 여가부가 간판을 내리게 될지 관심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여가부 대신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별도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여가부는 과거의 차별에 관한 법과 제도들을 바꿔나가는 시절에 역할을 했지만 이제 수명을 다했다”며 “다른 국가 조직을 만들어 여성에 대해, 인권과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에 대해 국가가 확실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여성계 반발로 폐지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으나 윤 당선인이 공약까지 한 상황이라 최소한 상당한 수준의 개편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가부와 함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존 청와대는 사라질 것”이라며 “조직·구조도, 일하는 방식도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청와대 관저 또한 삼청동 총리공관 등 다른 곳으로 옮겨 청와대를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신 대통령실은 분야별 여러 민관합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는 공무원은 물론 정치인과 교수, 언론계 등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정예화한 참모진으로 대통령과 함께 복수의 합동위원회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형태로 조직을 꾸릴 계획이다.
다만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5년 전 대선 공약으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내세웠으나 경호와 보안 등의 문제로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원회와의 관계 설정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기재부의 재정과 세제, 금융정책 통합을 검토하며 재정위원회 신설을 언급해 왔다.
윤 당선인의 경제 분야 정책을 조언해 온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경우 현 금융위원회 내 정책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감독 기능만 담당하는 정부조직개편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금융정책을 보좌해 온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도 금융감독원 개혁을 포함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정책부서는 아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운명도 갈림길에 섰다. 윤 당선인은 공수처에 대한 강도 높은 개선을 주문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폐지를 압박한 상태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사법개혁 공약을 밝히면서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독점적 지위를 규정하는 독소조항을 폐지해 무능하고 편향적인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수처 개혁은 공수처법 개정이 뒷받침해야 하므로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이 밖에 통일부 기능을 재편하거나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도 언급된다. 그동안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통일부 무용론을 줄곧 주장해 왔다. 이준석 당 대표는 지난해 7월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주도한 게 아니라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바로 관리했다”며 “통일부 장관이 기억에 남는 행보를 한 적이 없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사회 변화 속도와 폭을 잘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문제와 함께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등 경제·사회 흐름에 맞는 변화를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소윤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정부 내에서는 산업화나 개발 시대에 주로 기능했던 조직들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명이 다한 조직이 유지되는 가운데 디지털시대 전환 등 새로운 기능이 더해지는 방식은 인력 충원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부 기능을 재편하고 부처 간 유사·중복 업무를 정리하는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연속성 차원에서 지나친 축소나 폐지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중장기적 정책을 이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주헌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큰 그림 아래 진화하는 정책 수립이 가능하도록 적응적 플랫폼 정책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