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갈등에 국제유가 등 원자재價 널뛰기
산업계, 러시아 제재에 타격 불가피…인플레 완화 방안 '촉각'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앞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집권 초기 경제지표를 악화시킬 만한 대내외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하고 있고, 주요 메탈 가격도 동반 상승하며 국내 기업들의 생산 차질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가운데 윤 당선인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1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물가는 국제유가 고공행진 등의 영향으로 올해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자재값 급등과 강달러 등의 영향으로 물가급등과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마저도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5월부터 공식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심화되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우리 산업과 기업들을 보호하는 한편, 불확실성 우려로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모색하는 방안 마련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원유를 비롯한 주요 광물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졌으며, 강달러 흐름도 지속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기준 WTI(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108.70달러를 기록했다. 한때 130달러를 돌파했다가 그나마 산유국 증산 기대감으로 한풀 꺾인 가격이다.
70달러 중반 선이었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시장이 감당하기 힘든 상승폭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며 러시아의 원유·천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돼 유가는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많게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에너지 공급 충격에 국제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고, JP모건은 185달러를 전망했다.
국내 기름값이 2∼3주 시차를 두고 국제 시세를 따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ℓ당 2600원대로 올라선 휘발유값은 3000원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1978.62원으로 올라섰다. 서울 지역에는 2800원대 주유소도 등장했다. 전국 평균은 1904.35원으로, 기름값은 한동안 서민 물가에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국제유가 뿐 아니라 광물,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모두 뛰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한 달 새 15.5% 오르며 MMBtu(열량 단위)당 4.5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MMBtu는 물 100만 파운드의 온도를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배터리 소재로 주로 쓰이는 니켈 가격은 t당 4만8201달러로 한 달 새 104.49% 급등했고, 코발트도 15.20% 오른 t당 8만179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콩,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모두 강세다.
정유·석화·철강 등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제조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공급선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석화 산업의 주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오며 평균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나프타 비중은 70%를 웃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만큼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고스란히 석화업계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러시아산 나프타 비중은 23%에 달해, 나프타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유업계 역시 원유 가격이 너무 올라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가 위축돼 정유사들의 마진(제품-원유 가격차이)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광물 가격 강세로 이들을 취급하는 배터리업계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은 주로 중국, 호주, 칠레, 한국에서 조달하는 만큼 당장 영향은 크지 않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리스크 점검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런 원자재 대란 이슈들이 단기간 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가 우리 정부를 '비우호국가'로 지정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증되는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국민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하며 한국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외교적 제한을 비롯한 각종 제재 조치가 예상된다.
대내외 악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권을 이양받는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경제·산업 리스크 해소가 중장기 과제로 떠오르면서 보다 효과적인 처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글로벌 이슈가 국내 경제·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자원 확보 등 원자재 수급 정책을 점검하는 한편 적절한 통화정책 등을 추진해 안정화 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원가 부담 최소화 및 수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론이 반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국민통합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급진적이면서 인위적인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