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역성장
“이자수익 떨어질라”...대출금리↓ 한도↑
지난해 내내 대출을 옥죄이던 은행권이 올해들어서는 대출 가입자 모시기에 한창이다. 주요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고 신용대출 한도를 올리는 등 가계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하자, 이자수익 급감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고 마이너스 통장 대출한도를 늘리는 등 가계대출잔액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업계 1위 KB국민은행은 내달 6일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p 인하한다. 주담대 신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기준 변동 금리(아파트 담보·신용 1등급·대출 기간 5년 이상)은 3.67~5.17%에서 3.47∼4.97%로 낮아진다. 신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는 3.77∼5.27%에서 3.57∼5.07%, 주담대 고정 금리(혼합형)도 3.85∼5.35%에서 3.75∼5.25%로 하향 조정된다.
국민은행은 또 마이너스 통장 상품의 최대 한도도 다시 늘린다. 전문직군 대상인 KB 닥터론, KB 로이어론, 에이스전문직 무보증 대출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높였다. KB 직장인든든대출 등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도 현행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이 외 NH농협은행도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지난달 2억5000만원까지 확대했다. 농협은 지난 1월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하나은행도 '하나원큐신용대출'의 마통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올렸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만기가 15~35년인 주담대 상품의 우대금리를 원상 복구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대출 고삐를 바짝 조이던 은행들의 분위기 전환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출 규제 속 기준금리가 오르고, 부동산과 증시 조정 등으로 ‘영끌•빚투’가 자취를 감추자 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기록했다. 이는 전월(707조6895억원)보다 1조7522억원 줄어든 것으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은행 이익의 대부분은 예대마진에서 나오는 만큼, 이같은 대출 감소가 이어지면 은행으로선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평균 이자수익비중은 90.3%다.
특히 금리상승기와 맞물리며 은행 가계대출 잔액 감소는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금리가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주담대 금리는 최고 6%에 육박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올해 7%대를 넘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하반기에 금리가 더 오르고 대출 감소가 지속되면 올해 목표로 삼았던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 4~5%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가계대출총량 규제가 무색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것이다.
다만 오는 9일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 모두 서민금융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생애최초구입자와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90%까지 완화해준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대선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출 문턱을 낮춘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가계대출 여력이 많이 늘었지만 예상보다 대출이 부진해 예대율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대출한도를 늘리는 방법 등으로 수요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