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건물' 포착은 이번이 처음
재건 통해 전술핵실험 가능성
"새로운 장소 마련했을 수도"
핵실험 등 '전략도발'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시설 개보수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7일(현지시각)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암스컨트롤웡크(armscontrolwonk)'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신축 건물 등 각종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루이스 소장은 지난달 18일과 지난 4일 관련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하며 "건물 신축, 기존 건물 보수는 물론 건축용 목재 등이 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측이 "건물과 갱도 공사에 상당량의 목재를 사용한다"며 "최근 며칠 새 포착된 관련 징후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활동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지난 1월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유지·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새로운 건설이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했지만, 루이스 소장이 신축 정황을 확인한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뢰 조치' 일환으로 전략도발 모라토리엄 선언과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 참여 없이 폭파가 진행돼 북측이 갱도 입구만 폭파했을 가능성이 지속 제기돼왔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북측이 갱도 입구만 폭파했을 경우 2~3개월 내에 재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엔 총 4개의 핵실험용 갱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뒤 폐쇄됐으며, 2번 갱도에선 2~6차 핵실험이 이뤄졌다. 3~4번 갱도는 2번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용되지 않은 채 관리돼왔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계획을 언급하며 "일부에서 못 쓰게 된 걸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핵)실험 시설보다 더 큰 (갱도가) 2개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실제로 재건해 전략도발에 나설 경우 전술핵무기를 실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앞서 한국·일본을 겨냥한 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10㏏(킬로톤) 이상의 대형 수소폭탄 시험을 하거나 단거리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용 전술핵무기 시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풍계리 핵실험장이 아닌 "완전히 다른 장소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은 물론 강선 핵 단지, 평산 광산에서도 핵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미국, IAEA 등과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영변 핵시설 등 북한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 감시해왔다면서도 "영변 핵시설 가동 여부 등 특정 시설 움직임 등과 관련해선 정보사항이 포함돼있어서 확인해줄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