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검찰, 상반된 입장…법조계 "파견근로자, 상시근로자 포함 어려울 듯"
“노동부 해설서는 단순 유권해석,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대통령령…기소 안 될 수도”
"노동부와 검찰의 법 해석이 상이해 기업·근로자 어려움…노동부·법무부 의견조율 해야"
“시행 초기라 지자체도 내용 잘 모르고 단속조치 기준도 없어…원청 책임지는 대목, 헌재 갈 수도"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기준이 되는 상시근로자의 범위를 놓고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파견근로자가 상시근로자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노동부와 법무부 간 의견조율을 촉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고용노동부가 수사 후 검찰로 이첩하면,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기준으로 상시근로자를 정의하고 있다. 법 해설서에 따르면 ‘도급 용역 위탁 등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체계 등을 고려할 때 파견근로자는 개인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상시근로자에 포함된다’고 명시돼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 해설서를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파견근로자는 상시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노동부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검찰의 이 같은 해석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2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수는 파견근로자를 제외하고 통상근로자 등 사업장에 근로하는 모든 근로자를 포함해 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검찰 해석대로라면 근로자가 100명이어도 파견근로자가 96명이면,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인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재판이 열리지 않게 된다. 현재는 상시근로자가 50명 이상이어야 법이 적용되며, 상시근로자 50명 미만은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된다.
법조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노동부의 해석처럼 파견근로자가 상시근로자에 포함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법률사무소 시우의 최재원 변호사는 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는 참고용으로 공공기관의 유권해석에 불과한 반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이라며 “사건이 노동부에서 검찰로 넘어가도 기소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건설 현장이나 중금속 등으로 다루는 업체들엔 파견근로자들이 많다”고 전제하고 “사실 이들을 제외하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을 유지하는 업체는 대기업 말고는 없긴 하다"고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특히 “노동부와 검찰의 법 해석이 상이해 기업·근로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노동부와 법무부 간의 의견 조율을 통해 혼동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법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한편, 규제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 6개 가운데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근로자 50명 미만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유예 규정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시근로자의 수를 삭제해 경영자의 안전사고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중대재해특별법 내용이 불명확하고 모호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법무법인 주성의 김영찬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알아서 조심해라’라는 느낌이다"며 "관련 특례법을 만들거나 중대재해 위임 규정, 적용 범위, 개념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도 “법 시행 초기이다 보니 지방자치관리단체 공무원 등도 중대재해처벌법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단속·시정조치 등에 대한 기준도 없다”며 “특히 하도급 규정에서 원청이 책임지는 대목이 있는데, 이 내용에 대한 해석 논란이 있어 헌법재판소 재판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처벌이 아닌 사전예방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가 인력을 적절하게 배치하지 않는 등 관리가 미진했다면 책임을 져야겠지만, 현장에서 안전불감증 등으로 사고가 발생됐다면 CEO의 책임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