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전설 플루센코, 러시아 피겨 선수들 출전금지에 '분개'
테니스 전설 샤라포바, 우크라이나 침공 입장 묻자 '회피'
영향력 큰 러시아 출신 대스타들 언행에 팬들 실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향력 있는 러시아 출신 스포츠 스타들의 언행은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등 남자 피겨 전설로 불리는 예브게니 플루센코(40·러시아)는 2일(한국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 유럽축구연맹(UEFA), 국제빙상연맹(ISU) 등이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한 것에 대해 “스포츠와 정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모든 것이 끝나 협상이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대통령을 믿는다”고 밝혔다.
또 플루센코는 러시아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러시아를 고립시킨다면 올림픽 정신은 사라질 것”이라며 “스포츠의 힘으로 정치적인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플루센코가 강한 어조로 반발한 것은 ISU가 내린 결정 때문이다.
ISU는 지난 1일 “IOC 권고에 따라 러시아, 벨라루스 빙상연맹 소속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제재는 추후 이사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효력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중립 소속으로 출전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은 3월 ‘2021-22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2021-22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은메달 주인공 안나 셰르바코바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그리고 도핑 파문을 일으킨 카밀라 발리예바도 출전하지 못한다.
세계적인 전설로 기억되고 있는 플루센코를 향한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플루센코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SNS 댓글을 통해 “당신이 믿는 대통령 때문에 우크라이나 어린이들까지 죽어가고 있다. 이제 당신을 내 마음에서 밀어내겠다”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도 “우크라이나 희생자들 생각은 하지 않는가”, “대회 출전을 말할 때인가” 등 날선 반응을 나타냈다.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미모의 테니스 스타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34·러시아)는 SNS에 자신의 활동을 올리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댓글창을 닫아버렸다.
샤라포바는 2일 자신의 SNS에 프랑스 파리패션위크에 참석한 사진을 올렸다.
지난 2020년 은퇴 후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샤라포바는 게시물을 업로드할 때마다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 “당신의 영향력을 전쟁을 멈출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등의 글이 올라온 뒤 샤라포바는 댓글창을 닫은 채 침묵했다.
샤라포바는 지난해 말, 펭 슈아이(중국) 사태 국면에서 가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WTA(세계여자테니스협회)가 중국 대회를 철회한 결정을 지지한다”며 “펭 슈아이는 나의 동료였다. 그녀가 안전하기를 바란다”며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샤라포바가 국제 스포츠계는 물론 후배와 동료, 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플루센코의 반발 만큼이나 샤라포바의 침묵과 회피 또한 대스타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인들조차 용기를 내어 러시아가 일으킨 무자비한 전쟁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대스타들이 러시아만의 스타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