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테니스 스타들, 눈물의 승전보 “기쁘지만 슬프다”

스비톨리나·야스트렘스카 WTA 승리 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영웅!"

엘리나 스비톨리나. ⓒ AP=뉴시스

우크라이나 테니스 스타 엘리나 스비톨리나(세계랭킹 15위)가 러시아 선수를 완파한 뒤 코트에서 눈물을 쏟았다.

‘톱시드’ 스비톨리나는 2일(한국시각) 멕시코 몬테레이서 펼쳐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GNP 인슈어런스오픈’ 단식 1회전에서 아나스타시아 포타포바(세계랭킹 81위·러시아)를 2-0(6-2 6-1)으로 제압했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상의와 파란색 하의를 입은 스비톨리나는 세 게임만 내주는 압도적 우위 속에 승리를 따냈다.

스비톨리나는 러시아 선수와 1회전 대진이 확정되자 기권을 선언하고 SNS를 통해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와는 경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올렸다. WTA와 남자프로테니스(ATP)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징계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후 WTA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국기와 국가명 표기 없이 개인 자격으로만 출전을 허용하자 출전으로 결심을 선회했다.

스비톨리나는 경기 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승리의 기쁨과 함께 슬프지만 이곳에서 테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우리나라(우크라이나)를 위한 임무를 완수한 것 같다. 상금 전액을 우크라이나군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이 대회 우승자 스비톨리나는 두 차례 그랜드슬램 준우승 등으로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던 강자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단식에서는 동메달까지 획득, 우크라이나의 명실상부한 테니스 스타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의 여자 테니스 선수 다야나 야스트렘스카(랭킹 120위)는 리옹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야스트렘스카는 같은 날 프랑스 리옹서 펼쳐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서 3시간 여 접전 끝에 아나 보그단(랭킹 97위·루마니아)을 2-1(3-6 7-6<9-7> 7-6<9-7>)로 제압했다.

매치 포인트에 두 차례나 몰리고도 기어이 승리를 따냈다. 접전 끝에 승리를 차지한 야스트렘스카가 눈물을 쏟자 '패자' 보그단은 그녀를 안아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야스트렘스카는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하 주차장에서 이틀 밤을 보낸 뒤 보트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탈출, 와일드 카드로 리옹 오픈에 출전했다.

어렵게 코트에 선 야스트렘스카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어깨에 두른 채 "조국을 위해 승리해서 기쁘지만 매우 슬프다"며 "마음은 조국에 머물면서 마음은 여기서 싸우고 있다. 그래서 집중력과 균형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모든 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