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에 포함…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전제로 발언
유동규에 “시장 나갈 생각도 하지 마라” 언급하기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2020년 7월 6일 “이재명(당시 경기지사)이 대통령이 돼도 너는 청와대나 권력기관 가지 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인천공항공사, 강원랜드 사장 그런 거나 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정영학 녹취록’에 포함됐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5인방 가운데 한 명이다.
김씨가 유 본부장에게 이 같은 발언을 한 시기는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 열흘 전이다. 김씨는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선고 4개월여 전부터 7차례 ‘권순일 대법관실’ 방문 명목으로 대법원을 출입했다는 기록이 대법원에 남아 있다.
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7월 6일 정 회계사에게 앞서 자신이 유씨에게 말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김씨는 유씨에게 “시장 나갈 생각도 하지 말고, 너는 부패 공무원” “너는 욱이(남욱)한테 개 끌려다니듯이 끌려다닐 거다. 거기에다 재창이(정재창)도 한마디 했어. 재창이가 가만두겠나. 시장이 되거나 돈 갔다가는 너는 코뚜레에 질질 끌고 다닌다”며 이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돼도 청와대 등에 가지 말라고 말했다.
이런 대화가 오가기 7년 전인 2013년 4~8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씨와 동업자인 정재창씨, 정영학씨는 유동규씨가 “대장동 사업 구획을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 3억원만 해달라”고 하자 유씨에게 3억52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녹취록에서 김씨가 유씨에게 했던 말은 남욱·정재창씨에게 약점이 잡혀 있으니 이 후보가 집권해도 공직에 나갈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법조인들은 해석했다. 그러나 김씨 측은 조선일보의 해명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2013년 4월 17일 ‘정영학 녹취록’에는 유동규씨가 황무성씨를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으로 세워 놓고 자신이 실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은 남욱씨가 유동규씨에게 들은 말을 정영학씨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남씨는 정씨에게 “유동규씨가 ‘오늘 골프 치고 왔는데 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오실 분하고’라고 해서 ‘누구신데요’ 그랬더니 (유씨가) ‘A 건설 사장이셨다네. 대표. 전 대표라네’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남씨는 유씨가 “(사장에) 전문가를 앉혀놓고, 내가 결정해서 해야지”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10월 남씨에게 “황무성 전 사장도 유씨가 데리고 온 사람이 맞느냐”고 묻자, 남씨는 “그렇게 들었다. 황무성은 자리에 앉혀 놓고, 자기(유씨)가 실질적인 의사 결정은 다 하겠다고 제게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황무성 전 사장은 2013년 9월 성남도개공 초대 사장에 취임했지만 2015년 2월 중도 사퇴 압력을 받고 한 달 뒤 사퇴했다.